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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의 결별 선언…당혹스러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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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의 결별 선언…당혹스러운 미국

입력
2016.10.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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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노선 공개 선언에 美 당혹

러셀 동아태 차관보 比에 급파

亞 재균형 경고등… 日도 촉각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마무리한 방중 일정 동안 거듭해서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자 미국 정부가 곧바로 진의 파악을 위해 고위 관리를 필리핀으로 급파하는 등 당혹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유일한 군사동맹인 필리핀이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한 중국 쪽으로 급선회하며 ‘격미친중(隔美親中)’의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중국의 남중국해 세력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노선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 결별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라며 “무슨 의미인지, 결과는 어떠할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동안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필리핀을 방문해 정부 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두테르테의 발언에) 미국은 물론 역내 동맹국들 모두 혼란스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테르테는 방중 기간 교민 간담회에서 “미국과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다”라고 말한 데 이어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도 미국과의 결별을 언급하며 미ㆍ중 가운데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재차 밝혔다.

외신들은 7월 헤이그 상설분쟁중재소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승자를 중국이 아닌 필리핀으로 선택한 이후 경제적 실익을 노린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노선이 확고해졌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이는 필리핀의 등거리 외교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양대 슈퍼파워 사이에서 펼치는 두테르테의 여러 외교적 시도가 자칫 역내의 심각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자 사설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두테르테의 행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위험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라며 ‘미국과의 결별’선언을 ‘모험’으로 단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필리핀 간 오래된 전략적 동맹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라며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노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ㆍ동중국해에서 역시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어온 일본도 필리핀과 중국의 밀월관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2억 달러 규모의 대형 해양경비정 등 각종 무기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며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에 공을 들여왔다. 동남아시아의 ‘중국 포위망’을 필리핀과 함께 지탱한다고 믿었던 일본 정부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5일 예정된 두테르테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두 정상이 남중국해 문제를 다룰 계획이었으나 과연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두테르테 발언의 진의에 대해 필리핀 정부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이어 필리핀의 두 번째 교역국인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게 결코 경제적으로 실익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궁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서둘러 해석하지 않겠다”라고 밝혔으며, 라몬 로페즈 무역장관은 “미국과 진행하는 무역과 투자는 결코 중단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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