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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친절한 경제씨] 그들은 왜 가족회사를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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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친절한 경제씨] 그들은 왜 가족회사를 만드나

입력
2016.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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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장, 아들이 부장… 수백억 빌딩 세금 없이 대물림

대개 건물 등 거액 부동산 보유, 임대소득 38% 과세 회피에 이용

법인세 20% 내고 각종 비용 공제도

가업승계 차원 기업 상속으로 상속ㆍ증여세 대폭 줄이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용어 중 하나가 가족회사입니다. 회사의 지분 100%를 가족들이 보유하는 회사를 말하는데요. 외부인들에게는 단 1%도 지분을 나눠주지 않습니다. 부부가 지분을 50%씩 나눠 갖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들이 지분을 쪼개서 보유하기도 합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이 이런 가족회사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당연히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왜 이런 가족회사를 만들며 가족회사는 그들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다 줄까요. 오늘의 주제는 ‘가족회사(가족이나 개인이 지분 100%를 소유한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부동산 임대소득세 크게 줄여

가족회사의 가장 큰 이점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가족회사들은 건물이나 토지 등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동산은 사실상 가족회사의 대주주인 그 '가족들'의 소유인 것이죠.

보통 사람들은 아파트나 상가를 대부분 개인 명의로 갖고 있는데 왜 굳이 법인을 세우고 그 법인이 그 부동산을 소유하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려고 할까요?

그건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씨가 200억원짜리 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거기서 매년 10억원의 임대소득이 나온다면 A씨는 그 10억원의 임대소득에 대해 38%(지방소득세 포함 41.8%)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합니다. 개인은 1억5,00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씨가 B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B법인이 그 빌딩을 소유하는 것으로 구조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B법인은 그 빌딩에서 나오는 연간 10억원의 임대소득에 대해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율로 세금을 내면 됩니다. 순이익 200억원 이하의 법인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20%이기 때문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B법인은 여기서 세금을 더 줄일 수도 있습니다. 연간 10억원의 임대소득이 있더라도 그 10억원 전부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그 임대소득을 얻기 위해 쓴 제반 비용은 제외하고 나머지 순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게 되는데요. 법인이 부동산을 소유하면 그 '제반 비용'을 부풀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인 명의로 된 자동차의 운영비로 1년에 5,000만원이 들었다면 임대소득 10억원에서 5,000만원을 뺀 9억5,0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됩니다. 여행을 가서 쓴 호텔비나 식비도 출장 경비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동창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비용도 역시 B법인이 손님 접대를 위한 비용으로 신고할 수 있겠죠.

그러나 개인 명의로 부동산을 보유하면 자동차 운영비나 여행경비, 저녁식사 비용 등은 그 부동산 임대를 위한 비용으로 공제받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부동산을 임대하는데 무슨 자동차가 필요하며 출장과 손님 접대는 왜 하느냐는 게 국세청의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는 B법인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임대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B법인은 국세청의 이런 논리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B법인의 서류상 사업목적에 부동산 임대 이외에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가하면 됩니다. 그런 사업을 하거나 신규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지방 출장도 필요하고 관계자와의 미팅이나 접대도 필요했다고 주장하면 됩니다.

돈이 묶여서 불편하다지만…

고가의 부동산과 자동차를 A씨 개인 명의로 소유하면 매월 건강보험료만 수백만원이 부과됩니다. 그러나 그런 부동산과 자동차를 B법인 소유로 돌리고 A씨는 B법인의 임직원으로 등록하면 A씨는 B법인에서 받는 월급의 4.5%만 건강보험료로 내면 됩니다. A씨가 그냥 부동산만 소유한 지역가입자일 경우는 그 부동산의 가치에 매년 벌어들이는 수억원의 임대소득을 반영해 건강보험료를 매기지만 A씨가 B법인의 임직원이 되면 직장가입자가 되어 보유 재산에 관계없이 월급의 4.5%만 건강보험료로 부과되는 겁니다.

최근에는 제도가 개선되어 월급 이외의 소득이 연간 7200만원 이상인 경우 건강보험료가 할증되긴 하지만 부동산을 B법인 소유로 돌려놓는 순간 수백억원대의 부동산 보유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과는 피할 수 있습니다.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을 A씨 개인이 아닌 B법인으로 돌려놓으면 불편한 점도 있긴 합니다. B법인에 쌓이는 돈을 A씨가 함부로 가져다 쓸 수는 없기 때문이죠. B법인의 돈을 A씨가 다 가져가려면 급여나 상여금 또는 주주로서 받는 배당의 형태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 때는 그 돈이 개인 A씨의 소득으로 잡히므로 고율의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A씨가 모두 가져다 쓸 돈이라면 굳이 B법인을 만들어서 그쪽으로 재산과 소득을 돌려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A씨는 굳이 B법인에서 현금을 가져다 쓸 일이 적습니다. 어차피 재산이 많은 A씨는 다른 재산을 헐어서 쓰고 B법인에 쌓이는 임대소득은 건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나중에 자녀들에게 상속할 재산이니까요. 그리고 필요한 지출이 있다면 대부분 B법인의 비용으로 쓰면 됩니다. 자동차 운영비도 B법인의 비용으로 쓰면 되고 식사나 문화생활 역시 B법인의 임직원으로서 필요한 지출이거나 복지혜택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현금이 필요하면 B법인이 고객 선물용으로 상품권을 구입했다고 하고 그 상품권을 어딘가에 팔아서 현금을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점은 상속ㆍ증여세

임대소득세나 건강보험료를 줄이는 것도 쏠쏠하지만 사실 가족기업의 가장 큰 이점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씨가 200억원짜리 빌딩이 있는데 그 빌딩의 절반을 아들에게 증여하려면 100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이 때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주민세를 포함해 최고 55%입니다. 낮은 세율부터 계단식으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걸 감안해도 50억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거죠.

그러나 법인을 통하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아들에게 2,500만원을 증여하고(3,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없습니다) A씨의 돈 2,500만원을 합쳐 자본금 5,000만원짜리 B법인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아들은 그 법인의 지분 50%를 갖게 되지요.

그리고 나서 B법인이 그 200억원짜리 빌딩을 A씨에게서 사들이는 겁니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가 무슨 돈으로 200억원짜리 빌딩을 사냐고요? 은행에서 돈을 좀 빌려도 되고 A씨의 어머니가 돈이 좀 있다면 200억원을 무이자로 빌릴 수도 있습니다. A씨 어머니가 A씨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면 이자에 해당하는 돈을 탈법 증여한 셈이 되어 세금이 추징되지만 어머니가 A씨가 세운 B법인에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면 그건 그냥 법인과 개인 간의 자유 의지에 따른 거래로 보고 묵인하는 게 세무 관행입니다. 이렇게 A씨의 아들은 200억짜리 빌딩을 소유한 B법인 지분 50%를 세금 한 푼 없이 소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을 모아 A씨의 어머니에게 빌린 돈을 갚아나가면 B법인의 자산가치는 점점 커지게 됩니다. B법인의 자산가치가 커질 때마다 A씨 아들의 재산도 불어나는 셈이지만 이미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증여세는 내지 않습니다. 상속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아버지가 경영하던 기업을 자녀가 상속받을 경우 가업승계의 차원에서 상속세를 크게 깎아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서 A씨의 아들은 A씨가 사망할 경우에도 A씨가 보유한 B법인 지분 50%를 상속받는 게 200억원짜리 빌딩 지분 절반을 상속받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가벼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참, 한가지 더 있습니다. 가족기업은 뇌물을 받는데도 유리합니다. 개인이 현금 1억원을 뇌물로 받으려면 뇌물을 주는 기업 쪽에서 1억원의 비자금을 어렵게 만들어야 하는데 뇌물 받는 쪽이 가족기업을 만들어 놓으면 그 가족기업에 컨설팅같은 일감을 주고 떳떳하게 1억원을 송금할 수 있습니다.

가족기업을 둘러싼 이런 허점들은 세법상 개인의 소득에 부과되는 세율과 법인의 이익에 부과되는 세율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법인의 돈을 각종 비용지출 명목으로 사실상 개인의 생활비로 쓰는 게 가능하다는 현실 때문인데요. 가족기업의 법인세율을 별도로 조정하거나 가족기업의 비용 처리 기준을 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세무조사를 자주 하면 이런 구멍을 막을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모여서 진짜 사업을 할 수도 있는데 단지 주주가 가족들이라는 이유로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박에는 답변이 또 궁해집니다. 이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풀 수 있는 걸까요?

이진우 경제방송진행자(MBC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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