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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엄마 10명 중 4명 “배려 받은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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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엄마 10명 중 4명 “배려 받은 적 없어요”

입력
2016.10.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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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좌석양보 가장 많지만

폭행ㆍ모른 척 등 인식 부족 여전

임신부들이 원하는 제도 개선

탄력근무제가 52% 가장 높아

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 임산부 배려 캠페인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 임산부 배려 캠페인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강모(29)씨는 임신 7개월이던 지난해 말 퇴근길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40대 남성이 다가와 “야”라고 부르더니, 다짜고짜 욕설과 함께 “90살 처먹었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임신으로 배가 무거운 강씨는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참이었다. 강씨는 “전날 지하철에서 임신부가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던 터라 화가 났지만 배를 때릴까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었다”며 “노약자석은 노인뿐 아니라 약자도 앉을 수 있는 자리인데 아직까지 임신부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임신부 10명 중 4명은 임신 중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임신부를 배려하는 풍토를 정착시키기까지는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보건복지부가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8,007명(임신부 2,531명, 일반인 5,476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임신부의 59.1%만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받은 배려로는 좌석양보가 59.4%로 가장 많았고, 근무시간 등 업무량 조정(11.5%), 짐 들어주기(9.2%), 술 권하지 않기(8.9%), 줄서기 양보(4.3%) 등이었다.

임신부가 매긴 우리사회의 임신부 배려 실천수준은 10점 만점에 4.36점에 그쳤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가 나와 딱 봐도 임신부인데, 앞에 앉은 사람이 내릴 때 앉으려니 60대 아저씨가 자리를 가로챘다’, ‘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사람이 한 번 쳐다보더니 눈을 감아버리더라’ 등의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는 걸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노약자석에 앉은 임신부에게 임신이 맞는지 확인하겠다며 옷을 들추던 7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겪는 몸의 변화에 대해 널리 알리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배려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의 상당수는 방법을 몰라서(24.6%), 배려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4.3%) 등의 이유로 임신부를 배려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초기에는 입덧, 중ㆍ후반기에는 몸이 무겁고 다리가 부어 힘들다”며 “식당에서 먼저 좌석을 배정해준다거나 공항 등 줄을 길게 서야 하는 장소에서 순서를 당겨주는 등 임신부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만혼 추세로 인해 고령의 고위험 임신도 늘어 배려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 최석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 임신부는 특히 유산ㆍ조산의 위험이 커 신체ㆍ정서적 안정이 절실하다”며 “야근과 같은 과다 업무를 시키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부들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제도로 탄력근무제 등 일ㆍ가정 양립 제도 활성화(5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대중교통 전용좌석 및 임산부 전용주차장 등 다중이용시설 편의시설 확충(20.4%), 관공서 및 다중이용시설에서 임신부 먼저 서비스 실시(13.9%),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건소 이용시간 연장(10.8%) 등이 꼽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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