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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추기는 놈이 밉더라” 北 2인자 김여정 화법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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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추기는 놈이 밉더라” 北 2인자 김여정 화법도 주목

입력
2020.06.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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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제1부부장 맡은 뒤 노동신문에 2번째 담화 공개

‘로열패밀리’ 위치에다 실질적 北 권력 2인자 입지도 과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기 전 리선권 당시 조평통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기 전 리선권 당시 조평통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측의 대외 메신저 역할을 독점하며 명실상부한 2인자 모습을 과시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남 압박에 나선 상황을 북한 내부에도 공개한 것은 북한이 ‘김정은식 가족 정치’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 당국의 구체적 조처를 요구했다. 또 적절한 조처가 없으면 남북 군사합의 등을 파기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로열패밀리’인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도 과거 북한의 성명 발표 형식과 내용을 깨는 파격적인 화법을 선보였다.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고 1인칭 화법을 사용하거나, “그 바보들(탈북자)이 뭘 하던 것들인지 세상은 아는지 모르겠다”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한 게 대표적이다. 치밀하게 계산해 표현을 가다듬던 기존 북한의 대외입장 발표 형식 대신 거침없는 구두 화법을 쓴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발표한 대남 담화에서도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적었는데, 일반적인 북한의 담화 형식과 달리 말줄임표를 사용하는 등 형식을 파괴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실상 김 제1부부장이 직접 담화를 작성해 표현이 자유로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2019년 2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포착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2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포착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북한의 2인자’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올해부터 노동당 핵심 조직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미ㆍ대남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것은 김 제1부부장이 단순히 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2인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북측 주민들이 보는 대내매체인 노동신문에 공개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북측은 통상 대남 담화를 대외매체에만 공개하는데, 대내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탈북민 문제를 거론한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탈북민 문제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 속에서 북한 내 주민 동요를 최대한 막겠다는 의미도 있지 않겠느냐”며 “내부적으로도 김 제1부부장의 발언은 무게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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