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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연상시키는 드라마 ‘인간수업’ … 논란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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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연상시키는 드라마 ‘인간수업’ … 논란의 중심에 서다

입력
2020.05.07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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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주인공 오지수는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미성년 성매매를 알선하다 동급생 배규리에게 들통이 나면서 곤경에 처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주인공 오지수는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미성년 성매매를 알선하다 동급생 배규리에게 들통이 나면서 곤경에 처한다. 넷플릭스 제공

“포주라니, 누가? (난) 경호업자지. 클라이언트들 의뢰 받고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지, 고객관리 대리해주지, 픽업 중개하지, 이게 어떻게 포주야?”

한국 드라마치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대사다. 거기다 이 대사의 주인공이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라면? 보수적 시청자라면 보통 사람들이 부담감 없이 즐겨야 할 드라마에서 이 무슨 짓이냐 경악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을 배경으로 청소년 성매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방영되어도 될까’라며 말이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19금’ 드라마 ‘인간수업’는 유명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아닌데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독특하고 강렬한 소재,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의 힘 덕에 공개 일주일 만인 6일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 1위에 올랐다.

한편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금기를 깨는 도전적이고 참신한 작품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반대로 ‘n번방 사건’ 등 성범죄 사건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극적 범죄를 다루는 불편하게 껄끄러운 작품이라는 시각도 있다.

10부작 드라마 ‘인간수업’은 가출한 부모 탓에 홀로 생계와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 고교생 오지수(김동희)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정체를 숨긴 채 ‘조건 만남’을 알선하던 중 동급생 배규리(박주현)에게 자신의 범죄 사실을 들키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는 평이다. 긴장감을 풀 수 없는 전개 때문에 10회를 내리 이어봤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국내에선 기획조차 불가능했을 드라마’라며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각본은 ‘모래시계’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의 아들 진한새 작가가 썼다. 진 작가는 “뉴질랜드 유학 시절 공원에서 담배 파는 학생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데, 나중에 ‘고교생 모아 조직적 범죄, 주범 역시 고교생’ 식의 제목이 붙은 기사를 읽으며 그때 느꼈던 정서와 함께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죄란 무엇이며 죄가 왜 나쁜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합도 흥미롭다. 평범한 모범생 같지만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지수, 좋은 집에서 자란 ‘핵인싸’인데도 돈 때문에 범죄에 가담하는 규리, 비싼 선물로 교내 ‘일진’인 남자친구 곽기태(남윤수)의 사랑을 받기 위해 조건 만남을 하는 서민희(정다빈), 그리고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파이터 이 실장(최민수)과 잔인하고 악랄한 조폭 류대열(임기홍) 등은 범죄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범죄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주인공을 영웅처럼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 동안 건드리지 못했던 영역으로 과감하게 나아간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불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해서 그에 대해 성찰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성매매 범죄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폭력이나 욕설에 비해 자극적 노출이나 성적 묘사를 하지 않았다. 제작자인 윤신애 스튜디오329 대표는 “범죄가 현실적이되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범죄의 드라마화에 대해서는 반론이 적지 않다. 10대 아이를 둔 40대 여성 시청자 이모씨는 “최근 n번방 사건이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청소년에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식의 서사를 부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도중에 시청을 멈췄다”고 말했다.

청소년단체 ‘청바지동아리’를 운영하는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 소년법 담임교수는 “기성세대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라며 “중요한 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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