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바보라며 모두가 말려도…” 임채무가 놀이공원 포기 못하는 이유

알림

“바보라며 모두가 말려도…” 임채무가 놀이공원 포기 못하는 이유

입력
2020.04.29 04:30
23면
0 0

 30일 ‘두리랜드’ 재개장 

배우 임채무가 30일 재개장을 앞둔 경기 양주시 놀이공원 ‘두리랜드’의 실내 테마파크에서 영화 ‘스파이더맨’ 캐릭터 모형과 나란히 섰다. 양주=이한호 기자
배우 임채무가 30일 재개장을 앞둔 경기 양주시 놀이공원 ‘두리랜드’의 실내 테마파크에서 영화 ‘스파이더맨’ 캐릭터 모형과 나란히 섰다. 양주=이한호 기자

임채무(71)는 노주현ㆍ한진희와 함께 1980년대 멜로드라마 전성기를 이끈 배우다. 최고 시청률 76%를 기록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과 진실’(1984)에서 주연을 꿰차 얼굴을 알린 뒤 낮고 기품 있는 목소리에 우수에 찬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다.

해병대 출신의, 중후한 이미지의 임채무는 TV 밖으로 나오면 180도 달라진다. 그에겐 ‘어린이 수호천사’란, 살가운 별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1990년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부근에 놀이공원 ‘두리랜드’를 열어 그간 메말랐던 가족놀이 문화에 20년 넘게 물을 댄 결과다.

2017년 10월 경영 악화 등의 문제로 놀이공원의 문을 닫았던 임채무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30일 다시 두리랜드를 연다.

“코로나19로 조심스럽지만 아이들이 웃으며 달려올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지난 24일 두리랜드에서 만난 임채무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은 노배우의 손은 새까맸다. 새로 선보일 실내 테마파크 건물 인테리어를 챙기다 묻은 먼지였다.

1만㎡의 놀이공원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놀이기구와 엘리베이터 디자인부터 건물 칠까지 직접 했다. 임채무는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안 되는 일은 없다”며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맥가이버’”라며 웃었다. 그 자신도 10㎡짜리 단칸방 월세에서 시작, 8년여의 무명 생활을 거쳐 스타덤에 오른 배우이기도 했다.

배우 임채무가 30일 재개장을 앞둔 놀이공원 ‘두리랜드’ 놀이기구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양주=이한호 기자
배우 임채무가 30일 재개장을 앞둔 놀이공원 ‘두리랜드’ 놀이기구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양주=이한호 기자

총 투자금액 190억원. 임채무는 서울 여의도 아파트 두 채를 파는 등 연기 활동 47년간 모든 전 재산을 두리랜드에 쏟아부었다. 2017년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다 보니 적자에 시달렸다. 개그맨 고(故) 이주일과 김형곤을 비롯해 임채무의 지인들은 그의 놀이공원 운영을 뜯어말렸다. 100명을 만나면 99명에게서 ‘바보’란 소리를 들었다.

임채무에게 놀이공원은 ‘삶’이자 ‘소명’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즐겁고 더 나아가 가족의 시간과 공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이 있어 내가 여기까지 버티고 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놀이공원은 내 삶의 이유”라고 말했다. 1973년 데뷔한 임채무는 단역으로 장흥 인근에서 사극을 촬영할 때 개울가에서 뿔뿔이 흩어져 노는 가족을 보고 ‘왜 같이 어울려 놀지 못할까’란 생각을 하며 놀이공원 운영을 꿈꿨다.

두리랜드에서 그를 만난 이튿날 전화를 하니 임채무의 휴대폰엔 컬러링으로 노래 ‘99 88 내 인생’이 흘렀다. 그가 2년 전 발표한 노래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놀이공원을 운영한다면, 노래는 임채무가 고개 숙인 중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부른다. 그런 임채무의 신조는 ‘오늘을 즐겨라’다.

“놀이공원에 ‘99 88 234’란 숫자를 생긴 조형물이 있어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떠날 때는 2~3일만 앓다가 죽자’란 생각에서요. 저는 계획을 안 세워요. 왜 지금, 내일을 걱정하죠?”

양주=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