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 선택의 날이 밝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 동력 확보, 미래통합당은 보수 재건 발판 마련을 기치로 내걸고 총선 승리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 왔다. 격전의 100일, 어쩌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 장면 10선을 꼽아봤다.
◇여권
① ‘민주당만 빼고’ 임미리 칼럼 고발 파문
민주당은 1월 29일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칼럼에는 “촛불정부를 자임한 민주당이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를 골몰하고 있기에 유권자의 심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투표 참여 권유 활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고발 사실이 알려지며 보수야당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오만한 여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민주당은 고발을 취소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2월 28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사과했다.
②김의겸ㆍ정봉주ㆍ문석균 대거 공천 탈락
총선을 앞두고 구설수에 휩싸였던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공천 탈락했다.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월 3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민주당은 김 전 대변인 공천 심사를 세 차례나 미루며 불출마를 압박했고, 출마 강행 의지를 보이던 김 전 대변인은 결국 지역구 출마를 접은 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돌아섰다.
이어 과거 ‘미투’ 논란이 일었던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 세습’ 지적을 받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공천 과정에서 낙마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스스로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을 창당했고, 문씨도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다.
③비문 공천 탈락, 친문 대거 공천
민주당의 대표적 ‘소신파’인 금태섭 의원이 지난달 18일 경선에서 탈락했다. 금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등의 문제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비판을 받아 왔다.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국 백서’ 필자 김남국 변호사를 겨냥해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당 지도부가 김 변호사를 경기 안산 단원을로 옮겼지만 정작 금 의원은 경선에서 강선우 후보에게 패배해 공천 탈락했다.
금 의원뿐 아니라 이종걸ㆍ이석현ㆍ유승희ㆍ신경민 등 비문 성향 의원들이 대거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친문 성향 전ㆍ현직 지도부와 86세대 중진 가운데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경선 탈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친문 불패, 비문 학살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④민주당도 비례 ‘더불어시민당’ 출범
비례대표 전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지난달 8일 창당했다.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하며 비판이 일었다. 창당 과정에서 파트너 정당을 바꾸고, 급조된 군소정당을 끌어들였다 배제하고, 통합당이 선보인 ‘의원 꿔주기’를 따라하는 등 여러 논란을 낳았다.
창당 이후에는 노골적 원팀 마케팅에 나섰다. 민주당의 공약을 그대로 베낀 공약을 발표하거나, ‘쌍둥이 버스’ 등 과도한 한몸 유세운동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시민당은 현재 민주당을 탈퇴한 인사들이 만든 열린민주당과 범여권 표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⑤총선판 뒤흔든 유시민의 ‘180석’
범여권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단번에 총선판을 뒤흔드는 변수로 부각됐다. ‘정권 심판’ 프레임을 내걸었던 통합당은 즉시 ‘압승 견제’로 선거 전략을 수정하고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압승 프레임이 여론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자세를 바짝 낮췄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누가 국민 뜻을 안다고 말하나”라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은 결국 1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저의 말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야권
①자유한국당ㆍ새로운보수당, ‘미래한국당’으로 통합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4ㆍ15 총선 58일 전인 2월 17일 ‘미래통합당’으로 통합했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분열된 지 3년여 만에 보수진영이 다시 하나로 뭉친 것이다. 이언주 의원이 이끈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과 보수성향 시민단체, 옛 안철수계와 청년정당 등도 끌어안았다.
탄핵을 둘러싼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앙금으로 통합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양당은 ‘분열된 보수로는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절박감에 손을 잡았다. 그러나 양당 간판인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통합 직전까지 합당 방식에 이견을 드러냈다.
②통합당 용두사미 공천과 김형오 사퇴
김형오 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작업 초반 중진의원들과 영남권 현역 의원 물갈이를 이끌며 ‘혁신 공천’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을 우세 지역에 공천했다는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은 공천이 번복되는 일도 발생했다.
김 전 위원장과 지도부 간 갈등은 지난달 13일 폭발했다. 그는 이날 친여권 전력 논란을 산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강남병 공천 철회를 발표하며 전격 사퇴했다. 공관위원장이 공천을 끝내기 전 사퇴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③‘나흘 천하’로 끝난 한선교 미래한국당 공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대표에 4ㆍ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을 앉혔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통합당의 ‘하명 공천’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했다. 황 대표가 1번 후보로 밀었던 윤주경 후보(윤봉길 의사 손녀)를 포함해 통합당 영입인사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선교의 난’이란 말도 나왔다.
미래한국당은 이틀 뒤인 18일 일부 후보 순번을 바꾸는 것으로 타협을 시도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통합당 파견 인사들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부결시켰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달 19일 “가소로운 자들의 행태에 개혁이 막혔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④‘온다, 안 온다’하며 총선 등판한 김종인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황교안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통합당 총선을 이끌기로 했다. 2012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의 총선과 대선, 2016년 민주당 총선에 이어 네 번째 선거 지휘를 하게 됐다.
통합당은 지난 2월부터 김종인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여 왔다. 공천을 둘러싼 김형오 전 위원장과의 갈등, 직책 문제로 첫 영입 시도는 무산됐다. 하지만 선거를 이끌 간판이 없고,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황 대표는 김 위원장 영입을 다시 추진해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종로에 묶인 황 대표를 대신해 총선 기간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를 이어갔다.
⑤총선 막판 터진 김대호ㆍ차명진 막말 파동
통합당은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와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에 대해 선거 도중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사상 초유의 제명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의 잇따른 막말이 초대형 악재가 돼 선거판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지역구 두 곳을 포기한 것이다.
김 후보는 6일 “3040세대는 무지하다”고 발언해 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이튿날인 7일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노인ㆍ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차 후보도 6일 선관위 주최 TV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문란한 행위를 했다”고 말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유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차 후보는 멈추지 않고 상대 당 여성 후보 성희롱 논란을 일으켰다. 최고위는 이에 13일 차 후보 제명을 결정했지만, 14일 법원이 제명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고 차 후보는 총선 완주를 선언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