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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부족 ‘코로나 방역’서 한의사 2만5,000명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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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부족 ‘코로나 방역’서 한의사 2만5,000명 빠진 이유

입력
2020.04.15 01: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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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병원 ‘감염병전문병원’ 제외, 확진환자 치료 불가능 

 역학조사ㆍ검체 채취 등 봉사도 의사들 반대로 차단 

 대구ㆍ경북 한방병원 병상 수만 560개 “왜 쓰지 않나” 비판 

 의사들 “국가재난인데 ‘한약 선전’ 하려고 해 함께 일 못한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한의진료 중간성과 발표 및 한의계 제언'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제공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한의진료 중간성과 발표 및 한의계 제언'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제공

한의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 배제를 놓고 의료계가 시끌시끌하다. 전국 2만5,000여명(2019년 12월 말 기준)에 달하는 한의사들은 의료지원을 돕는 차원으로 신종 코로나 관련 업무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지난 1월 이후 공식적으로 ‘일손’을 거들지 못하고 있다.

14일 한의학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크게 두 가지다. 현행 의료법은 한의사를 ‘의료인’으로, 한방병원을 ‘의료기관’으로 명시하지만 한방병원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장애물이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한방병원이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확진환자를 한방병원으로 보낼 수 없고, 한의사들은 의사처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등 전문의가 없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의사들의 반발이다. 한의사들은 확진환자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선별진료소에서 환자상담, 역학조사, 검체 채취 등 의료봉사를 할 수 있음에도 의사들이 반대해 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의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의사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한의사들이 표면적으로는 “의료인으로서 현장 일손부족을 돕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감염병 치료에 한약 등 한방치료를 사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정훈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방특위)위원은 “한의사들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지 말고 한방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라며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의사들과 함께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말 한의사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들을 보살피려면 공식적으로 ‘한약 선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들어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의사들은 의사들의 주장은 직능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권오빈 대한한의사협회 홍보ㆍ기획이사는 “한의사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경우 신고의무가 있고, 인체 검체 채취 및 시험을 할 수 있는 역학조사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대구지역에 파견된 의사들도 전공과목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도 약간의 별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파견되고 있는데 한의사들만 배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ㆍ경북에 있는 9개 한방병원 병상 수만 560개(대구 248개ㆍ경북 312개)”라며 “확진환자가 급증했을 때 이들 병원의 병상을 활용했으면 대구ㆍ경북 상황이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인수 우석대 한의과대학 학장은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 소속 한의사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때부터 한방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등을 담당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은 한의사들을 왜 신종 코로나 현장에서 배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 코로나 현장 참여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들이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13일 기자설명회에서 “긴밀하게 직역 간의 협업을 끌어내기 위해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되는데 긴박한 상황으로 인해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점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의사협회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종 코로나 환자의 한의약 치료를 위한 한의진료 지원체계 구축과 한의사의 선별진료소 및 역학조사관 참여 허용 등을 정부 측에 촉구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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