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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中 교사들, 방역 엄중 상황에 왜 한국 들어왔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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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中 교사들, 방역 엄중 상황에 왜 한국 들어왔나 했더니

입력
2020.04.12 12:30
수정
2020.04.12 19: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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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방호복으로 무장한 채 인천공항에 도착한 중국인들이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방호복으로 무장한 채 인천공항에 도착한 중국인들이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교사 5명이 학교 측 허가 없이 한국으로 출국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역(逆)유입 때문에 출입국 검역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들의 ‘일탈’은 공분을 불렀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동정론도 일었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일사불란함이 요구되는 국가 방역과 다양할 수밖에 없는 개인별 선택 사이의 간극과 고민이 적지 않은 것이다.

허베이성 싱타이학원의 교사 3명이 지난달 22일 한국으로 출국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 교사 2명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들 모두 학교에는 한국행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당시는 중국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해외 유입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을 대폭 강화하던 때다. 공무원이 규정을 어기고 소속기관의 허락 없이 외국에 나건 것이어서 비판여론이 비등했다.

당초엔 이들의 출국 목적이 한국 관광으로 여겨졌다. 앞서 허난성 정저우에 사는 30대 남성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를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고 돌아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이동 경로를 숨기고 중국 여러 도시를 활보해 40여명이 격리된 사례가 있었다. 이 남성은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는데, 그로 인해 해외여행객에 대한 불만이 커지던 차였다.

하지만 교사들의 출국 이유가 속속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비난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대학 측으로부터 입국을 요구 받았고 비자 유효기간도 3월까지여서 한국행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또 공안에 문의한 결과 “출국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들은 교사들의 해외 박사학위 취득을 장려하는 싱타이학원 측의 방침을 충실히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출국한 한 여교사는 “2017년 임신 8개월 상태에서 취업해 이듬해 한국으로 유학을 갔다”며 “어린 딸과 떨어져야 하는데다 고혈압에 시달리는 부모님이 극구 만류했지만 8년 내에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면 해고된다는 규정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간 정부 방침에 따라 출국을 두 차례 미뤘다는 그는 “위대한 조국을 향한 애국심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고국의 방역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구절절한 사연이 공개되자 인터넷에는 “그럴 수 있다”거나 “힘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출국 교사 중 2명이 재단 이사장 아들과 며느리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특권층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학원 측은 “철저히 조사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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