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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지켜준다”… ‘1000여명 운집’ 일요예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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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지켜준다”… ‘1000여명 운집’ 일요예배 강행

입력
2020.03.22 18:08
수정
2020.03.23 00: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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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회 ‘예배 이격 거리’ 무시… “예배 중단” 시민과 실랑이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로 이어지는 한 골목에 예배 참석을 위해 교회로 향하는 신도들과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나선 취재진으로 북적대고 있다. 그들 머리 위로 ‘집회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배우한 기자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로 이어지는 한 골목에 예배 참석을 위해 교회로 향하는 신도들과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나선 취재진으로 북적대고 있다. 그들 머리 위로 ‘집회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배우한 기자

“경찰이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지켜준다. 종교탄압 하지 말고 썩 나가라.”

22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 경찰이 교회 입구에 신도와 행인의 통로를 구분하기 위해 놓은 바리케이드를 일부 교인들이 발로 차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3개 기동대가 대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취재진을 향해서도 거친 소리들이 튀어 나왔다. “어디라고 오느냐, 개XX.” 교회 내부 진입은 등록 신자 외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예배는 1,000여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결국 거행됐다.

내달 6일 초ㆍ중ㆍ고교 개학일로 배수진을 치고 전날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종교 시설 운영을 보름간 중단을 요청했지만, 이 간곡한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온라인(유튜브)으로 실시간 중계된 이 교회 예배 동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교인들은 건물 2층 예배당에서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진행했다. 교인들 간격은 1m가 채 안 됐다. 종교 시설의 집단 예배 시 수칙으로 제시된 신도 간 이격 거리는 1~2m. 예배당으로 들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교회 마당에서 동시 진행된 예배에서도 교인들은 옆 사람과 팔꿈치를 대고 두 손을 모았다.

이날 사랑제일교회 현장 점검에 나선 서울시 관계자는 “1~2m 거리가 유지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시정을 요구하되, 그래도 지켜지지 않으면 집회 금지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종교 시설의 현장 예배 자제를 거듭 요청하면서 “예배 강행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진단, 치료, 방역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도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현장 예배를 보고 있다. 뉴시스=유튜브 캡처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도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현장 예배를 보고 있다. 뉴시스=유튜브 캡처

이 같은 일부 교회와 교인들의 모습에 교회 입구에선 교인과 주민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이 교회 옆을 지나던 이(47)모씨가 “애들 학교도 못 가는 상황에서 하지 말라면 안 해야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교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교인들은 거친 말로 맞받아 쳤다.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인근에선 주민들이 ‘이웃의 안전을 위해 집합 예배를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는 강남구 광림교회 등 9개의 대형교회를, 25개 자치구는 중소교회를 중심으로 이날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서울뿐 아니라 각 지자체들도 이날 일제히 종교 시설 점검에 나섰다.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비교적 규칙을 준수하며 예배가 진행됐다. 경기도는 이달 초부터 현장 예배를 한 137개 교회를, 대구는 신천지 대구교회 등 77곳에 대해 경찰과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방 수칙 등을 어기면서 예배를 강행한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시의 관계자도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마스크 착용 교회 입장 전 발열 체크, 손 소독이 이뤄졌다”며 “자리 간격도 2m 이상 유지하고 좌석도 지그재그로 배치하는 등 노력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양승준 기자

안하늘 기자

이범구 기자

대구=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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