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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카톡’은 은밀한 대화용? ‘매출 3조원’ 카카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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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카톡’은 은밀한 대화용? ‘매출 3조원’ 카카오의 한숨

입력
2020.03.20 04:30
수정
2020.03.20 09:3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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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상파 방송사 TV도쿄가 방영한 드라마 ‘내세에는 제대로 하겠습니다’ 중 배우들이 카카오톡을 주고 받는 장면. 독자 제공
일본 지상파 방송사 TV도쿄가 방영한 드라마 ‘내세에는 제대로 하겠습니다’ 중 배우들이 카카오톡을 주고 받는 장면. 독자 제공

‘오늘 만날래?’ 특유의 노란색 아이콘과 ‘카카오톡’ 글자가 새겨진 알림창이 스마트폰에 뜨고 남녀가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우리나라라면 자연스러운 일상이겠지만 이런 장면이 드라마에서, 그것도 ‘라인 텃밭’인 일본 드라마에서 방영됐다면 얘기가 다르다.

상품 브랜드가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는 건 통상 해당 기업의 협찬을 전제로 하지만, 카카오는 해당 드라마에 협찬을 제공한 적이 없다. 더구나 카카오 입장에선 광고 효과는커녕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젊은 남녀들의 성생활을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카카오톡은 성적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카카오의 간판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출시 1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 미디어에서 카톡이 ‘은밀한’ 대화용 서비스로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온 카카오이지만 해외 사업 성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일본 지상파 방송사 TV도쿄가 최근 방영한 드라마 ‘내세에는 제대로 하겠습니다’에서 일체의 사전 협의 없이 성적 대화를 주고받는 은밀한 연락 도구로 카카오톡을 노출시킨 건을 두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이용자 8,300만명)이 1위 서비스다. 일본 이용자들은 주로 라인이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눌 때 카카오톡을 쓴다. 현지 매체 익사이트는 “주인공은 잠자리 상대와 연락할 때 카카오톡을 쓰는데, 이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얘기를 나눌 때 서브(보조용) 수단을 쓰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카카오톡을 드라마의 ‘리얼리티(현실성)’를 살리는 요소로 지목하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카카오로서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 카카오 위상을 보여주는 뼈 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사내 법무 부서가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카카오 해외법인 실적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카카오 해외법인 실적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카카오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으로 ‘연 매출 3조원’ 시대를 열며 명실상부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아 해외를 공략할 사업모델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카카오 일본 법인 카카오재팬은 2011년 설립 이후 꾸준히 적자다. 2018년에도 3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2015년(-21억원)보다 적자폭이 20배 가까이 확대됐다. 중국의 베이징카카오도 2018년 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 1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라인을 기반으로 총 매출의 37%가량을 해외에서 올리는 네이버와 대조적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 중인 카카오 역시 해외 사업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왓츠앱, 위챗 등 국가마다 자리잡은 ‘국민 메신저’들이 있어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서의 수익 창출은 이미 늦었고 대신 웹툰, 웹소설 등 카카오 강점을 살리는 콘텐츠 사업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카카오의 일본 사업에서 가장 성장성 있는 분야 역시 현지 웹툰 플랫폼 ‘픽코마’로, 2016년 출시 후 3년 만에 연 매출 700억원을 넘어섰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대형 만화 출판사가 픽코마 플랫폼 안으로 입점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고, 돈을 내면 다음 편을 빨리 볼 수 있는 수익모델의 효과도 나오고 있어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시장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활용하는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펼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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