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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장사·임금 40% 반납… “폐업 막자” 발벗고 나선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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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장사·임금 40% 반납… “폐업 막자” 발벗고 나선 식당

입력
2020.03.12 01:00
수정
2020.03.12 0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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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임태선씨는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폐업하지 않기로 하자 직원들이 자신들의 급여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임태선(왼쪽 맨앞)씨와 2호점 직원들이 임씨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임태선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임태선씨는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폐업하지 않기로 하자 직원들이 자신들의 급여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임태선(왼쪽 맨앞)씨와 2호점 직원들이 임씨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임태선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큰 가운데 경기 수원의 한 식당 대표와 종업원이 내놓은 ‘상생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함께 상대 측을 배려한 게 특징이다.

11일 수원시 인계동 영천식당 2호점에서 만난 임태선(47) 대표는 이번 사태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했다. 11년간 한우 전문으로 유명세를 탄 본점과 평소 저녁시간 예약이 필수였던 2호점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임씨는 “점심시간은 그나마 직장인들로 손님이 있지만 저녁 장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하루 한 두 테이블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에 임씨는 지난달 말 매달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2호점을 폐업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5년 전 개업 초기부터 함께 했고, 집안의 가장이나 다름없는 6명의 직원들이 눈에 밟혔다. 결국 임씨는 폐업 대신 낮장사만 하기로 했다. 그래야 그나마 직원들의 급여는 줄 수 있어서다.

임씨의 마음을 알았는지, 2호점 직원들은 자신들도 돕겠다며 ‘임금의 40% 자진 삭감’을 역제안했다. 낮 장사만 하는데 급여를 모두 받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절반을 깎기엔 부담이 커 40%만 삭감하자고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임태선씨는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폐업하지 않기로 하자 직원들이 자신들의 급여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임태선(왼쪽 맨앞)씨와 본점 직원들이 주방에서 임씨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임태선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임태선씨는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폐업하지 않기로 하자 직원들이 자신들의 급여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임태선(왼쪽 맨앞)씨와 본점 직원들이 주방에서 임씨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임태선씨 제공

임씨는 “처음에 직원들 얘기 듣고 두 귀를 의심했다”며 “그들의 제안을 뿌리치는 게 맞는데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씁쓸했다”고 솔직한 감정을 토로했다.

삭감을 제안한 2호점 종업원 신두철(44)씨는 “내가 사장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건 정말 힘들어 보인다”며 “사장이 폐업하기로 했다가 우리 때문에 낮장사라도 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만 배를 채울 수 없다는 생각에 급여 일부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본점 직원들도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본점 직원 6명도 이달(3월) 급여부터 30만원씩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본점 장홍화(45)씨는 “사장님과 2호점 직원들이 서로 돕자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냐”며 “우리는 점심과 저녁장사 모두 하니 각자 30만원씩 내 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직원들이 내 놓은 급여는 본점과 2호점 임대료에 상당한 보탬이 되는 금액”이라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정리되고, 경제가 회복되면 반드시 직원들의 급여를 환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도 함께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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