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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해서 병에’ ‘이러다 죽나’… 불안·공포에 시달리는 확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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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해서 병에’ ‘이러다 죽나’… 불안·공포에 시달리는 확진자들

입력
2020.03.12 01:00
수정
2020.03.12 01: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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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서 띄운 편지] “일상 돌아갈 수 있을까” 두려워하는 환자들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죠 

 자가격리자 “혹시나” 스트레스… 확진 판정 땐 극도의 공포 느껴 

 대구시 심리지원단 상담요원들 1인당 하루 30~40건 전화로 응대 

대구통합심리지원단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전화를 하고 있다. 대구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대구통합심리지원단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전화를 하고 있다. 대구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뒤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확진자들이 완치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끝이 날까. 그게 끝은 아닐 것이다.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에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분석해보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일반시민 할 것 없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상당수는 자가격리생활을 접고 하루빨리 병원 입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통해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공포도 느낀다.

확진자들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 떨어져있다 보면 ‘내가 잘못해서 병에 걸렸나’,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주변에선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온갖 상념에 젖어든다. 불안과 공포, 경계심, 무력감이 동시에 엄습하는 것이다. 감염 환자라는 낙인도 겁나기는 마찬가지다.

자가격리자와 일반 시민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내가 확진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 사회활동 제약으로 인한 답답함,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감은 확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교내 생활관에 마련된 임시 생활 시설에서 개강에 맞춰 자가 격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만든 대구 응원 메시지를 모아 창문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교내 생활관에 마련된 임시 생활 시설에서 개강에 맞춰 자가 격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만든 대구 응원 메시지를 모아 창문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수개월 내 회복된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 면역력을 떨어뜨기리 십상이다. 심하면 식욕 저하, 가슴 통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을 방해하기도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일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 수칙이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에 전화를 걸어오는 시민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은 절차다. 확진 판정 시 병원 입원과 생활치료센터 입소, 퇴소 절차가 궁금한 것이다. 전화 너머로 울먹거리거나 자신이 확산의 진원이 된 것은 아닌가 자책하는 확진자도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느끼는 걱정은 더 크다. 워낙 인터넷 공간에 가짜뉴스가 떠돌다 보니 정확한 정보는 필수다. 가짜뉴스를 맹신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경우도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11일 광주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남구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하는 대구지역 확진자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섭 광주시장이 11일 광주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남구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하는 대구지역 확진자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은 지난달 27일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시와 8개 구·군 등 정신건강복지센터 9곳의 전문요원 100여명과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육군본부 심리지원단 등이 뭉쳤다.

상담요원들은 1인당 하루 30~40건의 전화 응대를 하고 있다. 모두 합하면 하루에만 1,500건이 넘는다. 대구에서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심각 단계로 격상된 대구에서는 먼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수시로 문자, 전화를 하고 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안부 전화’인 셈이다. 전화 연락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심리적 문제에 대한 증상 평가도 이뤄진다. 평가 결과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분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상담 연계도 하고 있다.

전화 응대를 늘리기 위해 대구 각 센터들의 전화 회선도 신규로 개설했다. 이 작업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동일한 전화번호로 회선을 늘리려다 보니 통신사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24시간 상담 체계를 이어가는 상담요원들 역시 업무과다로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하루 수십통씩 전화로 응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루 할당량이란 개념도 없다. 일부 시민은 엉뚱한 불만을 전화상담에서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 상담요원들이 모두 감내해야 할 몫이다. 대구시민으로서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모든 노력들이 앞으로 또 다른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대구의 품격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서로 돕고 양보하는 모습이 전화로도 느껴지는 것이다. 대구시민들이 ‘다혈질’이라고 하지만 위기에서 보이는 시민의식은 성숙해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심리 상담과 치료는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사태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대구 시민들에 대한 추적 관리는 계속돼야 한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가 사라지고 시민들이 마음의 평화를 느껴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훈 코로나19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장

이종훈 코로나19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장.
이종훈 코로나19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장.

1969년 대구 출생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ㆍ대구광역자살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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