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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 늘면서 간호사들 체력 한계... 방호복 입고 구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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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 늘면서 간호사들 체력 한계... 방호복 입고 구토하기도”

입력
2020.03.07 01:00
수정
2020.03.07 02:3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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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산병원ㆍ대구의료원 간호사 2명이 전하는 의료 현장

6일 대구시 대구의료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간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원환자들에게 생수나 휴지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음압병실로 들어서고 있다. 대구의료원 제공
6일 대구시 대구의료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간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원환자들에게 생수나 휴지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음압병실로 들어서고 있다. 대구의료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290여명이 입원한 대구 동산병원에선 이번주 초, 격무에 시달리던 간호사가 병동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구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주복처럼 전신을 덮는 무게 3㎏의 레벨D(Level D) 방호복을 입은 채 땀을 쏟으며 호흡이 어려운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시간 활동하다 욕지기가 오른 것이다. 이 간호사는 마스크를 벗지도 못한 채 병동 출구로 내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하루만 쉬고 다음날 곧바로 근무에 투입됐다. 신종 코로나 경증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로 옮기고, 병동을 중증환자로 채워가며 업무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대구지역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다.

대구지역 최일선에서 신종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최연숙 대구 동산병원 간호부원장은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증환자가 늘면서 노동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대체할 간호사가 부족하다”면서 “현장에선 간호사의 피로가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간호사들을 배치하고 운영을 이끌고 있는 최 부원장은 체력이 떨어진 간호사들이 점차 집중력을 잃어가면서 병원내 감염 우려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4일 기준 자원봉사자 355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간호사를 급히 모집해 대구 일대로 파견하면서 급한 불을 끄는 정도 이상의 문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구 일선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2주 근무ㆍ2주 휴식’ 체계 유지를 약속하지만 정작 언제부터 이뤄질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최 부원장은 “2주간 쉬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며 “교대할 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고, 이들의 숙련도도 높아야 할 텐데 가능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대구 동산병원만 따져봐도 하루 병동에 투입되는 간호사가 120여명인데 전체 인력은 200여명에 그친다. 120명이 일시에 2주간 휴식할 경우, 산술적으로 교대할 간호사가 40명이나 부족한 셈이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보내고 중증환자 먼저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하면서 간호사의 노동강도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식사 수발이나 체위변경 등 간병인이나 간호조무사가 하던 업무까지 간호사가 맡아야 해서다. 중증환자와 접촉하는 사람을 줄여야 해서 긴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보조인력이 병동에서 간호사를 도와주기도 힘들다. 사태 초기에는 젊은 환자들이 많이 입원했지만, 현재는 나이가 많고 호흡이 곤란한 입원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병동에서 연속으로 최대 2시간만 근무하는 원칙을 지키기도 힘들다.

최 부원장과 마찬가지로 동료들과 격무를 나누고 있는 오남희 대구의료원 간호1팀장은 “간병인이나 간호조무사의 도움 없이 확진환자들의 수발을 들다 보면 일상적인 근무시간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대구 상황을 전해왔다.

6일 대구의 대구의료원에서 간호사가 음압병실로 들어가기 전에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면서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제공
6일 대구의 대구의료원에서 간호사가 음압병실로 들어가기 전에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면서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제공

현장에서는 숙련도 높은 간호인력 공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국군간호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인력까지 대구에 동원했는데, 이처럼 경험이 적은 인력에게는 중요한 처치를 맡기기가 힘들다. 경험이 많지 않으면 간호사 스스로 느끼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오 팀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간호할 때는 단시간에 여러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면서 “특별한 산소치료를 시행하면서 약들의 용량을 바꿔줘야 하고 심폐소생술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갓 대학을 졸업한 간호사들이 와줘 고맙고 도움이 되지만 이들에게는 중요한 처치를 맡기기 어렵고, 맡겨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다행히 두 병원 모두 자원봉사 인력이 충원돼 지금은 3교대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돌아가거나 2주 근무를 마치고 휴식하면 노동강도가 다시 강해진다. 정부에서 파견한 인력도 원래 근무 지역에서 환자가 늘어나면 돌아가야 할 수 있다. 오 팀장은 “지난달까지 2교대를 하다 너무 힘들어 인력이 부족해도 3교대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우리 인력만으로는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호물자 수급도 여유롭지 않다. 대구의료원과 대구 동산병원은 지난주부터 매일 필요한 만큼의 마스크를 확보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부족하다. 오 팀장은 “보안경은 습기가 차 일하기 불편한데 1회용 안면보호구는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꼭 필요한 데만 아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원장은 “레벨D 방호복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매일 보내주는데 재고가 쌓여있지는 않다”라며 “걱정 없이 물자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최 부원장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예측은 못하겠지만 정부의 지원이 계속 되리라 믿고 있고 아주 열심히 하고 있고 기대를 해본다”면서 “우리에겐 하루하루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 대구동산병원 간호사들이 레벨D 방호복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 대구동산병원 간호사들이 레벨D 방호복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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