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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과 법정다툼 하던 비정규직 PD 죽음에 “사회적 타살” 비판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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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과 법정다툼 하던 비정규직 PD 죽음에 “사회적 타살” 비판 비등

입력
2020.02.06 14:06
수정
2020.02.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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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근로자 지위를 둘러싸고 방송사와 법정 다툼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고 이재학(38) PD의 죽음을 놓고 PD연합회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부조리한 방송 제작환경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6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충북 청주방송(CJB)에서 프리랜서 PD로 근무했던 이 PD는 2년 전 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했다가 돌연 업무에서 배제됐다. 당시 이 PD는 프로그램 1회당 연출료 40만원을 받았는데, 월 수입은 많아야 160만원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PD는 회사와 정식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용역 직원 신분이었다.

해고나 다름없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 PD는 그 해 방송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22일 패소했다. 재판에 진 탓에 소송비용까지 떠안게 된 이 PD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4일 자택 아파트 지하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부고를 접한 한국PD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PD의 억울한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며 “10년이 넘도록 정규직 PD를 뽑지 않고 비정규직 PD를 소모품처럼 사용하며 극한 상황으로 내몬 CJB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이 PD가 프로그램 아이템 선정부터 섭외, 구성, 촬영, 편집, 중계차 연출까지 정규직 PD와 똑같이 일했다는 점을 근거로, 재판부의 판결도 꼬집었다. PD연합회는 “법원은 사측의 억지 주장을 기계적으로 인용했다”면서 “14년간 열악한 급여에도 주2~3회 밤샘작업을 하면서 젊음을 바친 곳이 CJB가 아니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도 성명을 통해 이 PD의 죽음을 “억압적인 방송노동 환경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한빛센터는 “자신들의 이득만을 강조할 뿐 방송 노동자의 권리는 깡그리 무시하는 CJB와 오랜 시간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국내 방송환경이 이 PD를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고 성토했다. 한빛센터는 방송사에 이 PD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CJB 측은 현재 “도의적으로 무거운 책임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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