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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생태계 파괴자’ 백종원에게 유튜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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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생태계 파괴자’ 백종원에게 유튜브란?

입력
2020.02.01 11:18
수정
2022.04.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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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왼쪽부터) 더본코리아 대표와 고동완 JTBC PD, 이슬예나 EBS PD가 31일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해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백종원(왼쪽부터) 더본코리아 대표와 고동완 JTBC PD, 이슬예나 EBS PD가 31일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해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유튜브는 백과사전이 아니라 서점 같아요. 백과사전을 펴면 수준이 똑같은 이야기와 해석밖에 없지만, 서점에 들어가면 어린이 동화책부터 원서로 된 의학서적까지 참 다양하게 있잖아요. 게임을 못하게 되면서 스트레스 탈출구로 유튜브를 보게 됐는데, 많이 배우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면서 무궁무진한 매력에 빠진 거죠.”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자마자 실버버튼(구독자 10만명을 모으면 주는 상패)과 골드버튼(100만명)을 동시에 받으며 ‘유튜브 생태계 파괴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31일 구글코리아가 개최한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백 대표의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이 날 함께 초대된 ‘워크맨’, ‘자이언트펭TV’와 함께 지난해 개설돼 가장 급성장한 채널 중 하나다.

세상의 다양한 음식과 술, 문화 관련 콘텐츠를 보는 데 흠뻑 빠져있던 백 대표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열게 된 것은, 익히 알려졌듯 엉뚱한 레시피가 ‘백종원 레시피’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넷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직후였다. 백 대표는 “사람들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먹을 수 있게 되면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맛있는 식당만 골라 다니고, 그러다 보면 경쟁력 있는 식당들만 살아남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음식 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제 유튜브는 이런 선순환의 시작이다. 어느 분야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면 결국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발전되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채널 개설 1년도 되지 않아 구독자 수 200만명을 넘어선 ‘자이언트펭TV’ 채널은 ‘펭수’라는 국민 아이돌을 탄생시켰다. 자이언트펭TV 캡처

채널 개설 1년도 되지 않아 구독자 수 200만명을 넘어선 ‘자이언트펭TV’ 채널은 ‘펭수’라는 국민 아이돌을 탄생시켰다. 자이언트펭TV 캡처


백 대표와 달리 ‘워크맨’의 고동완 JTBC PD와 ‘자이언트펭TV’의 이슬예나 EBS PD의 경우 전통적인 방송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처음부터 유튜브를 염두에 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한 덕분이다. 이 PD는 “(자기 선택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만 되면 EBS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 이유를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찾았다”며 “아이 취급 받기를 싫어하고 어른들과 똑같은 콘텐츠 보면서 재미있어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동등하게 소통하면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캐릭터를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펭수’ 캐릭터는 예상 외로 ‘직딩들의 아이돌’이 되면서, 지난해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 1위에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장성규씨의 ‘원맨쇼’로만 알려진 워크맨 채널의 숨은 공신은 자막과 편집이다. 워크맨에서 시도한 다양한 자막과 편집 기법은 TV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워크맨 캡처

장성규씨의 ‘원맨쇼’로만 알려진 워크맨 채널의 숨은 공신은 자막과 편집이다. 워크맨에서 시도한 다양한 자막과 편집 기법은 TV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워크맨 캡처


오랜 기간 TV 예능 PD로 커리어를 쌓아 왔던 고 PD는 TV보다 모바일에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 유튜브와 같은 ‘숏폼(짧고 빠른)’ 영상 제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 PD는 “4년 전 중국에 프로그램 촬영 차 방문했는데, 이미 중국 사람들은 집에서 TV 대신 모바일 영상을 보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밥 먹을 때마다 유튜브를 끼고 있는 걸 보면, 10년 후엔 TV보다 모바일이 훨씬 익숙한 플랫폼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영상 형태인 만큼 TV와는 편집 방식부터 달라야 했다. ‘워크맨’만의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자막에 대해 고 PD는 “자막을 넣을 때 먼저 ‘TV였다면 이렇게 넣었겠지?’라고 생각한 뒤, 그걸 탈피하려고 한다”며 “콘텐츠를 만들어도 윗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인 인턴과 후배들을 보여주면서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방송인으로도 활약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쉬운 요리’를 널리 알리겠다며 유튜브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백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여야지, 수익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캡처

방송인으로도 활약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쉬운 요리’를 널리 알리겠다며 유튜브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백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여야지, 수익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캡처


세 크리에이터 모두 유튜브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지만, 간담회 말미 백 대표는 유튜브를 장래희망으로 삼는 세태는 잘못됐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공유하려는 목표로 유튜브 활동을 해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백 대표가 SBS ‘골목식당’ 등에서 식당 창업자들에게 강조하는 지론과도 맥을 같이한다. 백 대표는 “프로게이머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한다면 게임이 얼마나 지옥 같겠냐”라며 “좋아하고 잘 하는 걸 공유하다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채널이 성장해가고 수익이 생기는 건 바람직하지만, 처음부터 구독자 수나 수익을 목적으로 유튜브에 매달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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