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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의혹에 처음 입 연 유시민 “그런 게 있으면 윤석열 사단이 놔뒀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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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의혹에 처음 입 연 유시민 “그런 게 있으면 윤석열 사단이 놔뒀겠느냐”

입력
2020.02.05 07:00
수정
2020.02.05 08:4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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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신라젠 기술설명회서 축사

‘시세차익’ 강대환 대통령 주치의와

조국 딸에 장학금 준 교수 소속된

부산대 의대는 설립 과정 요람 역할

수년 전만 해도 코스닥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던 신라젠은 최근 들어선 정치권 연루 의혹으로 더 자주 거론된다.

정치권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신라젠이 정권실세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고 어쩌면 정치자금을 댔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쏟아내고 있지만 뚜렷한 근거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 그럼에도 신라젠과 현 정권 인사들의 인연이 의혹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5년 신라젠 축사와 무관한 사진임. 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5년 신라젠 축사와 무관한 사진임. 연합뉴스

유시민, 신라젠 설명회서 축사

신라젠과 인연이 있는 정권실세로 자주 거론되는 인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가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신라젠의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상을 보면 유 이사장은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추켜세웠다. 유 이사장은 또 “제가 7년 전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 우리나라는 외국 제약사가 하는 거(임상시험)를 우리나라 큰 병원에 유치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요청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 금융업체였던 VIK는 당시 신라젠 지분 14%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이 대표는 국민참여당과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적극 활동한 인연으로 유 이사장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이철 대표가 1조원에 가까운 투자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징역 12년이 확정된 인물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여러 뒷말이 나왔다. 특히 그가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6억2,9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VIK의 돈이 다른 정치권 인사에게도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VIK는 신라젠을 제외하면 변변히 수익을 낸 사업이 없었지만 투자자가 낸 돈의 20%를 수수료로 미리 떼고, 돌려 막기를 통해 사업을 해나갔다.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 이사장은 신라젠 행사에서 축사를 한 이유에 대해 한국일보에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분이 요청해서 뜻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무슨 의혹인지 몰라도 그런 게 있으면 박근혜 정부 검찰이나 윤석열(검찰총장) 사단이 나를 그냥 놔뒀겠느냐”며 “구체적인 근거가 하나라도 있다면 해명해야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 듯해서 극우 유튜버들이 마음대로 떠들어대는 걸 알지만 내버려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신라젠 이사회 의장이던 이용한 전 대표는 “그날 행사 참석자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는데 유 이사장이 나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며 “하지만 이후에 유 이사장을 따로 만난 적이 없으며 그가 신라젠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 신라젠 스톡옵션 보유

신라젠이 여권과 인연이 깊은 부산대 의대와 여러 가지로 얽힌 점도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로 임명된 강대환 양산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신라젠 주식을 팔아 수억 원을 벌었다.

강대환 대통령 주치의(양산부산대병원 교수) .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대환 대통령 주치의(양산부산대병원 교수) .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는 2012년 3월 21일 신라젠 주식 3만주를 1주당 2,000원에 살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받았다. 강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신라젠을 도와) 연구하고 자문한 대가로 (스톡옵션을) 받은 것이며 그 뒤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는 “황태호 교수가 당시 강 교수가 받아 놓은 연구비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준 것”이라고 전했다. 신라젠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 교수는 신라젠의 코스닥 상장(2016년 12월) 즈음인 2016년 10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31일 사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6,000만원을 내고 신라젠 주식 3만주를 받았던 강 교수는 “2016년 말 해당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 했으며, 차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장 직전 신라젠 비상장 주식은 1주당 2만6,000~3만3,000원대에 거래됐으며, 2016년 12월 6일 상장 이후 같은 달 31일까지는 1만1,000~1만3,000원에 거래됐다. 강 교수는 주식매매를 통해 적게는 2억4,000만원, 많게는 9억원 넘는 차익을 남긴 셈이다. 그러나 강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기 한참 전의 일이고, 신라젠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차익을 남겼다는 사실만 갖고 과도하게 해석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신라젠 설립 초기 요람 역할을 했던 부산대 의대가 대통령 주치의를 배출하고, 자신의 제자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에게 특혜성 장학금을 준 혐의로 기소된 노환중 교수가 소속돼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정치권의 각종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신라젠 설립 초기 요람 역할을 한 경남 양산시 부산대 의과대학(사진)은 신라젠과 현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양산=이성택 기자
신라젠 설립 초기 요람 역할을 한 경남 양산시 부산대 의과대학(사진)은 신라젠과 현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양산=이성택 기자

신라젠 전ㆍ현직 대표의 정치 성향에 대해 이용한 전 대표는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지만 정치권과 전혀 인연이 없고 도움을 받아보려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은상 대표는 강성 보수성향이며 황태호 교수도 보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신라젠의 정치권 연루 의혹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 단서가 드러난 것은 없지만 검찰 수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라젠 임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와 관계없이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원칙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확대 가능성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기술특례상장 혜택으로 성장

신라젠이 2016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사실을 두고도 일각에선 특혜 의혹을 내놓는다.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신라젠을 무리하게 상장시켜 줌으로써 주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라젠이 상장된 시점은 탄핵 정국이긴 해도 박근혜 정부 때인 만큼 신라젠이 현 정권실세로부터 특혜를 받는 게 가능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2005년 도입된 제도로 당장의 영업실적은 미미해도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 등으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 받으면 상장을 시켜주는 제도이다. 실제 신라젠은 개발에 성공한 신약이 없는 관계로 지난해 영업손실 587억원(연결 기준ㆍ2018년은 590억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65명이다. 제도 도입 이후 기술특례상장의 혜택을 본 기업은 모두 87곳이며 이중 신라젠 같은 바이오기업이 67곳으로 77%에 달했다. 신라젠처럼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인 헬릭스미스,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도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신라젠은 전문평가기관 2곳이 항암치료 분야 전문가 등을 섭외해 정상적으로 기술평가를 했다”고 밝혔지만 평가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간암 임상 3상 중단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해 9월 기술특례상장의 기술평가를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부산ㆍ양산=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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