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평택 르포] “메르스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참담한 평택

알림

[평택 르포] “메르스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참담한 평택

입력
2020.01.28 18:32
수정
2020.01.29 00:46
3면
0 0

4번 확진자 두 번 간 병원, 메르스 환자도 두 번 다녀간 곳

유치원 휴원ㆍ외출 자제… 상인들“메르스 불황 재현될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365연합의원 출입문은 '병원사정으로 당분간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된 채 굳게 답혀 있다. 임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365연합의원 출입문은 '병원사정으로 당분간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된 채 굳게 답혀 있다. 임명수 기자

“또 평택이네요.”

28일 오후 2시 경기 평택시 송탄로 40번 길에 위치한 ‘365연합의원’ 앞에서 만난 이모(59)씨가 한 말이다. ‘365연합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가 2차례나 다녀간 병원이다. 특히 해당 의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메르스 환자가 2차례 경유하는 등 첫 환자가 나온 곳이기도 하다.

지난주에도 해당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이씨는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온 곳이) 평택이라는 말을 듣고 설마 했는데 또 그 병원(365연합의원)이었다”며 “해당 병원은 다른 병의원들과 달리 늦은 시간까지 진료하는 유일한 병원이다 보니 다양한 환자들이 몰려 2차례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날 찾은 병원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출입문에는 ‘병원사정으로 당분간 휴진합니다’라는 안내문구만 부착돼 있었다. 썰렁한 병원 내부만큼이나 주변 상가와 골목 등에는 유동인구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인적이 뜸했다. 지역 주민들은 잔뜩 긴장한 게 역력하다. 실제 의원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인근 편의점에는 질병관리본부가 권장한 ‘KF94’ 마스크는 이미 동이난 상태였다. 이 마스트는 0.4μm 크기의 미세먼지 입자를 94% 차단 가능해 황사 및 미세먼지는 물론 전염성 질병까지 막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경기 평택시 '365연합의원' 인근 편의점에 진열대에는 질병관리본부가 권장한 ‘KF94’ 마스크가 모두 동이나 비어 있다. 임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경기 평택시 '365연합의원' 인근 편의점에 진열대에는 질병관리본부가 권장한 ‘KF94’ 마스크가 모두 동이나 비어 있다. 임명수 기자

아이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해당 의원 앞을 지나던 한 주부는 “아이가 아파 부득이 나왔지 안 그랬으면 집에만 있었을 것”이라며 “이 시간이면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데 단톡방에 ‘오늘은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자’는 의견이 많아 대부분 집에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2차례나 평택에서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것에 대해 ‘인근에 산업단지(송탄산단)와 삼성반도체 등 외국인이 많은데 이들이 외국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의원에서 50m 정도 떨어진 한 유치원은 휴원에 들어간 상태다. 유치원의 출입문엔 ‘28~31일까지 휴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여졌고, 아이들의 실내화만 신발장에 남아 있었다. 평택시는 지난 27일 평택지역 모든 유치원에 대해 31일까지 휴원령을 내린 바 있다.

지역 상인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메르스 때 겪었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365연합의원에서 50여m 떨어진 한 유치원이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한 채 휴원에 들어갔다. 안쪽에 아이들의 실내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임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365연합의원에서 50여m 떨어진 한 유치원이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한 채 휴원에 들어갔다. 안쪽에 아이들의 실내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임명수 기자

의원과 대각선 맞은편의 편의점 업주는 “아파트 주민들이 병원 앞을 지나가지 않고 큰 길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예전엔 이렇게까지 안 그랬는데, 어제 저녁부터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주민들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음식점 업주는 “연휴가 끝나면 저녁 손님이 있었는데 어제는 물론 오늘 낮 장사도 못했다”며 “옆집 사장님이 메르스 때 1년 가까이 고생해 간신히 회복했는데 이번 일이 또 발생해 걱정부터 앞선다고 해 우리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돼지콜레라, 조류인플루엔자 사태 때 공무원들이 ‘돼지고기, 닭고기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런 데 한번쯤 나와서 밥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럼 주민들도 안심하고 나올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네 번째 확진자 소문은 인근 주한미군사령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서 4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중 한 명이 평택에 거주한다”며 “증상이 있을 때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창배 팽성상인회장은 “미군기지와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큰 동요는 없지만 ‘해당 지역 방문 자제령’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네 번째 확진자 A(55)씨는 지난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로 관광을 갔다가 20일 귀국했다. 이후 감기 증상을 보여 21일과 25일 ‘365연합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은 두 번째 진료 때 38도가 넘는 고열과 근육통이 있는 것을 발견, 지역 보건소에 의심 환자로 신고했다. A씨는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365연합의원 출입문은 '병원사정으로 당분간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된 채 굳게 답혀 있다. 임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365연합의원 출입문은 '병원사정으로 당분간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된 채 굳게 답혀 있다. 임명수 기자

평택=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