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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본회의 직전 ‘필리버스터 기습 폭탄’… 與 “아이들 볼모 폭거”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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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본회의 직전 ‘필리버스터 기습 폭탄’… 與 “아이들 볼모 폭거” 경악

입력
2019.11.29 19:01
수정
2019.11.30 00:3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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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3법 박용진 “저게 정당이냐” 민식이법 호소 강훈식 울먹여

정의당 “반사회세력 기상천외 행태” 대안신당도 “헌정파괴 횡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난데없는 자유한국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신청 폭탄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 등 여야간 이견이 컸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라면 몰라도,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데이터3법’ 등 민생 현안과 직결된 법안을 모두 묶어 한국당이 199건 각각에 대한 의사 진행 방해에 나서는 것은 예상밖의 시나리오였던 탓이다. 설마 그런 무리수를 둘 리 없다는 계산에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이날 국회는 시계제로 상황 속에 대응책에 분주한 각 당 및 국회의장실의 전략회의로 종일 어수선했다.

오후 2시 본회의 개의 직전까지도 민주당의 표정은 결연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1시 30분에 연 의원총회에서 “꼭 자리를 지켜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라”며 본회의 각종 법안 통과의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불과 20분만에 한국당이 국회 의사과에 총 199건의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회 본청에는 당혹감이 확산됐다. 전혜숙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국회가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매 건마다 필리버스터를 하면 어쩌자는거냐”고 반문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는 한때 어차피 필리버스터가 시작될 것이라면, △법안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맞불 토론을 벌이는 방안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방안(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시 가능) △우선 본회의장 입장을 연기하는 방안 △본회의를 아예 무산시키는 전략 등 여러 대응책이 거론됐다. 하지만 맞불 토론 시 향후 법안 상정 일정이 한없이 늘어지는데다 매 안건에 대해 같은 일을 반복할 수도 없는 점, 표결 시도 역시 199건에 대해 반복 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결국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대응책이 낙점됐다.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도 연달아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이후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인영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은데다, 본회의 개의 지연에 항의하기 위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의장실에 들이닥치면서 뜻하게 않게 3당 원내대표와 문 의장의 회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나 대표는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들어 개의를 촉구했지만, 문 의장은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의 경우 의결정족수가 채워져야 개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민수 국회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의 기본 입장은 3당 원내대표들이 합의를 해오라는 것으로,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원내대표들에게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예상 밖 필리버스터 폭탄에 다시 ‘개점 휴업’ 상태를 맞은 각 당은 일제히 한국당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연 ‘한국당 필리버스터 규탄대회’에서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가 30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꼴은 처음 본다”며 “(한국당이) 과연 정상적인 정당이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오늘 처리될 법안들은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이 대부분이었고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까지 통과한 것들”이라며 “여기에 필리버스터를 한다는 것은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민생법안을 볼모로 20대 국회 전체를 식물국회로 만들고 있다”며 “선거법, 검찰개혁법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켜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어떻게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등이) 필리버스터 대상이냐”며 “한국당의 저질스러운 폭거에 하나하나, 또박또박 응징하며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돌연 멈춰선 황당한 상황에 분노한 여당 의원들은 민생 법안 처리 지연에 오열하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치원 3법’을 주도해 온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을 향해 “저게 무슨 정당이고 국회의원이냐. 미국에서는 나라를 팔고, 국회에서는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아이들을 파는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다 눈물을 훔쳤다. ‘민식이법’ 처리를 호소해 온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아이들이 죽었는데, 이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냐”며 “왜 국회가 멈춰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울먹였다.

이날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런 반사회세력의 기상천외한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라며 “한국당은 이럴 거면 의원직을 총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최경환 대안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정을 마비시키는 헌정파괴 수준의 거대 야당의 횡포"라며 "장외투쟁, 삭발, 단식에 이어 필리버스터까지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저버리고 민생을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처리가 올스톱 된 법안들은 ‘유치원 3법’, ‘청년기본법’, ‘대체복무법’ 등 비쟁점법안 199건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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