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스톡홀름 노딜’ 선언한 北… ICBM 카드로 美 압박

알림

‘스톡홀름 노딜’ 선언한 北… ICBM 카드로 美 압박

입력
2019.10.06 20:00
수정
2019.10.07 07:23
1면
0 0

7개월 만의 실무협상 결렬… 北 “美 빈손으로” 美 “좋은 대화”

상응조치ㆍ비핵화 ‘계산법’ 이견 여전… 北 “美에 달려, 연말이 시한”

김명길(가운데)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오후 북미 실무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김명길(가운데)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오후 북미 실무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북한과 미국이 올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만났지만 또다시 ‘노딜’로 끝났다. 비핵화와 이에 따른 대북 안전보장 및 제재해제 상응조치에 대한 양측 입장 차가 현격하다는 게 재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협상 판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다. 북측이 연말까지 미국에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고 미국도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보여 당분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협상 중단 상황이 장기화하면 비핵화 협상 국면이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실무협상이 깨진 건 북미의 출발선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측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핵 실험 중지 등에 대한 미측의 상응조치에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미측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측이 제시했던 ‘영변 플러스 알파(+α)’의 비핵화 논의에서부터 출발하자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실무협상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5일(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되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며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쾌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김 대사는 “우리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 실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미국 측에 협상 결렬 책임을 돌렸다.

미 국무부는 김 대사 기자회견 3시간 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북한 대표단의 앞선 언급은 오늘 8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회담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북한과 좋은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락사무소 개설을 비롯한 안전보장 조치와 섬유ㆍ석탄 수출 제재의 유예 등 이전보다 유연한 입장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비춰 이번 협상 결렬은 북한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측과 긴밀히 공조한 외교부에서도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먼저 좀 해라’라는 것이 북측의 기본 입장”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판이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6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앞으로 조미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한다는 데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북한은 어려운 경제상황, 미국은 내년 대선이 있어 당분간 진척이 더딜 수 있어도 연말까지 협상을 끌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 대사가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의 입장에 좀 더 맞춰줄 수는 있지만, 아예 불리한 협상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그동안 ‘노딜이 나쁜 딜보다 낫다’는 입장이었으니 그 지점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