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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압박에 檢수뇌부 침묵… 검사들 “조국 수사에 총장 운명 걸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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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압박에 檢수뇌부 침묵… 검사들 “조국 수사에 총장 운명 걸려” 반발

입력
2019.09.30 18:49
수정
2019.10.01 00: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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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촛불에 촉각… ‘대통령 윤석열에 지시’ 진의 분석 나서 

 일선 검사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은 안 돼” 靑ㆍ與 우회 비판 

윤석열 검찰총장. 서재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서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성찰’과 ‘개혁’을 요구하며 검찰을 압박하자 검찰 수뇌부가 무거운 침묵에 빠져 들었다. 지난 주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에 위축된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지만 검찰 저변에서는 문 대통령의 잇단 압박을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 대한 외압으로 규정하는 불만은 물론, ‘검찰총장의 거취가 걸린 수사’까지 거론하는 강한 반발 기류도 흘렀다.

문 대통령이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칭해 가며 검찰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했지만 검찰 수뇌부에서는 당장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과 관련한 구체적 추진 방향이나 추진 방식 등에 대한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지금 바로 대통령 말씀에 따른 입장을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검찰 수뇌부는 일단 문 대통령이 연일 검찰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배경과 진의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뇌부는 지난 주말 대규모 촛불의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은 자제하는 가운데, 윤 총장은 이날 저녁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사장 승진자 교육’에 참석한 신임 검사장들과 함께 대검에서 만찬행사를 가졌다. 윤 총장은 만찬 자리에서 조 장관 관련 수사와 대통령의 잇단 지시에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대검 고위 간부들이 대부분 참석했지만 장관 일가 수사에 관여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은 불참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동요의 기운은 물론 강한 반발 기류까지 감지됐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시’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윤 총장을 포함한 검찰 조직에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윤 총장이 거취를 걸어야 하는 엄중한 수사가 됐다”는 말까지 돌았다.

문 대통령의 거듭되는 압박에 공개적인 반발도 불거졌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장모(40)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의 기존 인사 원칙도 과감히 무시하며 임명권자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받아 총장까지 되셨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를 했으면 이리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에둘러 청와대와 여권의 공격을 비판했다. “지난 정권 때도 그리 눈치 살피지 않으시고 국정원 댓글 수사하시다가 여러 고초를 겪으셨으면서 또다시 그 어려운 길을 가시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사실상 윤 총장을 응원했다. 이에 일부 검사들은 “잘못된 현실에 침묵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 “작금의 정치권 행태가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는 생각이 든다”는 댓글로 지원사격을 했다.

검찰 주변에서도 문 대통령 압박 수위가 검찰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해석에 정통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청법은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 감독자로 법무부 장관을 지목하고 있는데, 아무리 인사권자라 해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개혁방안을 지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조 장관 일가 수사의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윤 총장은 거취를 결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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