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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 서초동 촛불집회 불붙인 ‘11시간 압수수색과 짜장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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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 서초동 촛불집회 불붙인 ‘11시간 압수수색과 짜장면’ 진실은?

입력
2019.09.30 17:34
수정
2019.10.01 00: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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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영장 청구해 받느라 지체, 실제 압수수색 진행은 6시간 

 조국 아들ㆍ변호인 3명도 동석… 조국 가족 권유로 한식 배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 집회의 외침은 분명했다. ‘조국 살리기’가 아닌 검찰개혁의 울림이 검찰청을 포위했다. 분노한 민심은 “이 기회에 검찰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한 윤석열 검찰의 과도한 수사관행을 직접 겨냥했다. 특히 시민들은 11시간 동안의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이른바 ‘짜장면 논란’ 등에 격분했다. “여성만 두 분(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와 딸) 있는 집에 많은 남성들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를 배달해 먹는 것은 과도했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대정부질문 발언은 분노의 발화점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30일 압수수색 현장에서 확인된 취재와 검찰과 조 장관 측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이 총리가 지적한 세가지 대목은 각각 사실 오인, 확대 해석, 부분 인용되면서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검찰의 수사관행도 문제였지만 믿고 싶은 ‘팩트’에만 눈길을 주는 확증편향이 거대한 분노로 표출된 셈이다.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그래픽=신동준 기자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그래픽=신동준 기자

우선 논란의 시발점이 된 '여성 두 분'은 사실 오인이다. 압수수색 당일 조 장관 집을 다녀온 배달원이 “(집에) 중년여성 한 명, 젊은 여성 한 명이 있었다”고 취재진에게 답한 뒤 온라인 공간에서 마치 사실처럼 번져 나갔다. 하지만 검찰과 조 장관 측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장관 자택에는 조 장관의 아들도 있었으며 압수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는 조 장관 측 여성 변호사 한 명을 포함 총 세 명의 변호인이 더 포진했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검찰 관계자 역시 6명 중 2명이 여성이었다. 압수수색에 양 측이 각각 6명씩 참가했고, 이 중 여성만 총 5명이었다는 얘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강조했던 ‘11시간의 무리한 압수수색’은 확대 해석으로 파악된다. 압수수색을 위해 검찰 측이 조 장관 집에 머문 시간이 총 11시간이었을 뿐, 온전히 압수수색을 진행한 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검찰 측과 조 장관 변호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압수수색 영장 제시 직후 조 장관 측 요구로 변호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시간과 양 측의 점심 식사에 1시간이 소요됐고 압수물 범위 문제로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영장을 청구해 받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전직 검찰 수사관은 “법이 바뀌어 컴퓨터를 들고 갈 수 없기 때문에 6시간도 대부분 하드디스크 내 필요 자료를 특정하고 이미징(복사)하는 데 썼을 것”이라며 “통상 자택 압수수색이 반나절에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변호사가 3명 있고 영장이 두 번이나 청구된 게 더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짜장면 식사는 촌극에 불과했다. 압수수색 당일 오후 2시30분 철가방을 든 배달원이 조 장관 집에 들어가는 것이 포착됐다. 이에 보수 유투버들은 오토바이 바구니에 있던 중국집 전단지 등을 본 뒤 “짬뽕 냄새가 난다”고 방송을 했고, 이를 종합편성 방송에서 ‘짜장면 배달’이라고 특정해 재송출했다. 두 오류가 합쳐져 파생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다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흔들었다. 그러나 당시 실제로 배달된 음식은 한식이었으며, 이 역시 “검찰 쪽이 안 드시면 우리도 못 먹는다”는 조 장관 가족들의 권유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검찰이 조 장관 가족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식사를 집에서 시켜 먹은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사실 확인 없이 퍼진 소문에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국민적 관심이 모인 수사인 만큼, 수사팀이 좀 더 준비를 충실히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무리 돌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압수수색팀이 미리 식사할 것을 챙겨간다거나 최소 인원만 집안에 두고 나와서 식사를 해야 했다”며 “뒤늦은 해명이 오히려 여러 의심을 키운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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