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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역풍ㆍ미국 우려 의식… 추가 보복 카드 감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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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역풍ㆍ미국 우려 의식… 추가 보복 카드 감춘 일본

입력
2019.08.28 17:20
수정
2019.08.28 23:4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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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제외 첫날, 개별허가 품목 추가지정 안 해… 언제든 한국기업 타격 가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비아리츠=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비아리츠=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ㆍ현 그룹A)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추가 보복 카드를 꺼내지 않은 채 로키(Low-keyㆍ저강도)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언제든지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한 만큼 국내 수출기업과 관광업계의 불안 확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미국의 의향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에 대해 “안전보장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실시하는데 필요한 운용을 고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한일관계의 최대의 문제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강제동원 배상판결 문제)”라며 “이를 포함해 한국 측이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어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서는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계속해서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이날 수출 관리 담당부처인 경제산업성에서도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한 추가 발표 등이 없었다.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이에 경제산업성 측은 “이미 7일 공포한 내용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언제라도 한국 기업들에 타격을 줘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만큼, 공세를 곧바로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취한 모양새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일본이 추가 대응하지 않는 배경에는 2일 각의 결정으로 행정적 절차만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종원 와세다(早稲田)대 교수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만으로 한국에 심리적 불안을 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데다 특정국가(한국)에 대한 보복 남발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노림수”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대외적인 명분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한국 측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일갈등의 악화에 따라 한국에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국내 중소기업들의 불안 확산과 규슈(九州) 등 유명 관광지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 급감 등 경제 보복에 따른 역풍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8일자에서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내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을 전하면서 “지금이야말로 한일이 정상회담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일갈등이 역사문제에서 경제ㆍ안보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미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静岡) 현립대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판하면서 일본 입장에 가깝게 선 상황에서 일본이 섣불리 추가 보복에 나서 한일갈등을 악화시키는 것은 미국의 입장은 물론 일본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며 “일본은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현재의 구도를 깨지 않으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상황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관계 회복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어느 정도로 깊게 관여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일본이 현재 미국을 의식하면서 차분한 대응을 보이는 것 같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자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을 압박해야 할 구실이 있을 경우엔 일본 측이 언제든지 보복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거론하며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서로 “공은 상대 측에 넘어가 있다”며 맞서고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한국에서의 일본 기업에 대한 압류자산 매각이 임박하거나 실행될 경우엔 수출 규제를 포함한 일본 측의 추가 보복 조치는 불가피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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