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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복성 음란물 유포’ 검ㆍ경 다른 판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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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복성 음란물 유포’ 검ㆍ경 다른 판단 논란

입력
2019.08.08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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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보복성 음란물을 유포한 피고인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공범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음란물 유포 피해자는 석연치 않은 무혐의 처분을 재수사해달라며 검찰에 다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씨가 보복성 음란물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봄. 지인 100여명으로부터 잇달아 문자를 받고 확인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A씨 인적사항과 사진, 성관계 영상 수십 편 등이 게재돼 있었다. “나머지 영상을 추가 공개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모든 인간관계가 무너져 내린 A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범인은 다름 아닌 A씨의 전 남자친구 B씨였다.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는 지난해 10월 당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본보 2018년 10월 11일자).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대부분이었던 기존 판결에 비해 이례적인 결과였다. 올해 1월 2심도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그러나 B씨에 대한 처벌로 끝이 아니었다. 경찰의 추가 수사에서 다른 가해 남성 C씨가 영상 유포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알고 보니 C씨는 A씨가 B씨와 헤어진 이후 만난 남자였다.

A씨 증언 및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가 C씨에게 찾아와 성관계 영상을 보여주며 A씨를 ‘불륜녀’로 몰자, C씨 역시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몰래 B씨에게 제공했다. 결국 C씨가 촬영한 동영상마저 B씨에 의해 유포됐고, 이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해 말 C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C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직접 찍은 영상이 아니라, 재생된 화면을 재촬영한 것이라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설명이었다. 지난해 11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신체를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영상을 재생한 화면을 재촬영한 경우 처벌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검찰은 C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인지수사라는 이유로 피해자인 A씨에게는 불기소 처분 및 사유 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더구나 C씨가 B씨에게 전달한 영상 4편 중 1편은 직접 핸드폰으로 촬영한 원본 영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 한국일보가 대법원 특수감정인인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박사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해당 영상은 재촬영 영상이 아니라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됐다. 황 박사는 "모니터를 찍으면 나타나는 왜곡현상 등이 전혀 없고, 핸드폰으로 직접 찍었다는 사실을 일반인이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검사가 의지가 있었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보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감정업체 역시 동일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경찰도 불기소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피해자 A씨는 “살인과 다름없는 끔찍한 범죄가 어떻게 불기소 처분으로 끝날 수 있느냐”면서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공범 C씨를 재수사해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는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촬영물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시 확인해달라는 피해자의 구제 요청은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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