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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총선 필패인데…” 한국당 의원들 공천 배제될까 침묵의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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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총선 필패인데…” 한국당 의원들 공천 배제될까 침묵의 카르텔

입력
2019.08.01 04:40
수정
2019.08.01 11: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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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총괄·비전분과 공개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총괄·비전분과 공개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당이 계속 과거로, 오른쪽으로만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필패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요즘 사석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한국당은 지난 2월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반짝 상승세를 타더니 당 지지도가 다시 10%대로 주저 앉았다. 막말 논란에 계파 싸움, 리더십 부재가 겹친 결과다. 최근 들어선 옛 친박계가 당 요직을 장악, ‘도로 친박당(친박근혜당)’이 될 조짐이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조용하다. 위기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용태ㆍ김학용ㆍ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비박계 의원들이 ‘개인 플레이’ 차원에서 황교안 체제를 비판하는 정도다.

왜일까. 우선 체제를 좀처럼 거스르지 않는 것이 대대로 이어진 보수 정당의 체질이다. 더 결정적 요인은 황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는 점이다. 황 대표를 대체할 강력할 리더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황 대표와 친박계 주류의 눈 밖에 나지 않겠다는 ‘이기적 침묵’이 당을 지배하는 셈이다. 김용태 의원은 “‘내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한국당이 강세니까 나는 공천만 받으면 된다’ ‘당의 미래보다 내가 공천 받는 게 중요하다’ 같은 생각으로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기득권 세력인 대구ㆍ경북(TK)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비주류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침묵을 더 깊게 하는 요인이다. ‘9룡’이라고 불리는 대선주자들이 서로를 견제하거나, 잠룡 시절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맞붙는 등 과거 한국당엔 건강한 경쟁 구도가 작동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미우나 고우나’ 대표만 쳐다보고 있는 게 한국당의 현주소다. 비박계 한 의원은 “비박계 의원 상당수가 재판이 걸려있는 탓에 매력적인 스피커 역할을 할 만한 자원이 없다”고 토로했다.

홍준표 전 대표 시절 한국당이 내홍으로 공멸했던 경험도 의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한국당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전 대표와 반대파의 감정적 싸움으로 자중지란에 빠졌고, 결국 선거에서 참패했다. 영남권 한 의원은 “황 대표는 어쨌거나 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선주자”라며 “황 대표가 무너지면 당 전체가 위기에 빠지니 지금은 하나가 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황 대표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황 대표를 흔들려는 원심력이 커질 것이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인 오는 9월 추석쯤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설이나 추석 연휴는 전통적으로 ‘민심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장제원 의원은 “황 대표가 충언에 귀 기울여 선명한 개혁 노선을 설정하고 이를 인물과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황 대표가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않으면 원희룡 제주지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혁신을 바라는 동력이 모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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