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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자체 막말 가이드라인 마련”…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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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자체 막말 가이드라인 마련”…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입력
2019.07.18 04:40
수정
2019.07.18 13:5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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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前 MBC사장 언론특보 임명 등 대언론 강경 대응 잇단 조치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앞줄 왼쪽 다섯번째) 대표와 길환영(앞줄 왼쪽 네번째), 박성중 공동위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앞줄 왼쪽 다섯번째) 대표와 길환영(앞줄 왼쪽 네번째), 박성중 공동위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우리가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언론에 하나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된다.” 지난달 2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다. 이후 한국당은 언론 보도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언론과의 전면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이 언론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른바 ‘막말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 인사들의 말 실수 혹은 거친 발언을 언론이 막말로 규정해 당이 여론으로부터 ‘과잉 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인식이다. 이에 지난 1일 출범한 당내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막말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당 관계자는 17일 “어떤 것이 막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자체 기준을 만들어 당내ㆍ외에 공유할 계획”이라며 “막말이 아님에도 막말이라 보도한 매체에는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말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주체가 막말 여부를 스스로 감별하겠다는 논리다. 언론에 대한 한국당의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당 인사들은 “언론들이 지나치게 친여(親與) 성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한다.

한국당은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손 보겠다고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길환영 전 KBS 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미디어특위 출범 이후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하거나 반론 보도를 요청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한 척으로 이겼다’는 인터넷 댓글을 소개해 막말 논란을 불렀는데, 미디어특위는 “막말이 아니라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어 ‘막말’이라는 표현을 쓴 기사 30여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보도를 신청하기로 했다.

황 대표가 최근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언론ㆍ홍보특별보좌역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특보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개입한 혐의로 올 1월 검찰에서 징역 4년을 구형 받은 ‘문제적 인물’이다. 당 관계자는 “언론 관계 설정과 언론 대응 전략 등을 조언하는 것이 김 특보의 역할”이라며 “길환영 공동위원장도 조만간 특보로 임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가 처음부터 언론에 강경했던 건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는 막말 논란에 휩싸인 의원들을 향해 “심사일언(深思一言) 해달라”며 입단속을 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언론의 막말 프레임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입장을 바꿨다. ‘아들 저스펙’ 발언 등으로 황 대표가 난타 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이 같은 움직임이 언론을 탓하고 여론에 귀를 닫는 불통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언행에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언론과 전쟁을 하는 분위기로 흐르면 의원들이 ‘센 발언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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