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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된 보좌관 36명… 금배지 제값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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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된 보좌관 36명… 금배지 제값 하더라

입력
2019.07.03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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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대 의원 298명 전수조사… 의정활동 경험 풍부, 활약 두드러져 

[저작권 한국일보]보좌진 출신 20대 국회의원_신동준 기자/2019-07-0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보좌진 출신 20대 국회의원_신동준 기자/2019-07-02(한국일보)

2014년 7·30 재보선 당시, 경기 평택을에 출마한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당선은 여의도 정가에서 이변으로 주목됐다. 정치신인인 그가 해당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눌러서만이 아니다. 출마 직전까지만 해도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이었던 그가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보좌관을 하다 곧바로 의원이 된 케이스는 제가 처음일 것”이란 그의 말처럼 ‘보좌진의 금배지 달기’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여의도 의원회관에선 금배지를 꿈꾸는 보좌관이 주인공인 한 드라마가 단연 화제다. 이들 보좌관들이 ‘의원님’이 된 사례는 얼마나 될까. 2일 본보가 20대 국회의원 298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과거 국회에 등록돼 활동했던 보좌진 출신은 36명이었다. 현역의원 12%가 과거 국회의원실 경험이 있었다는 의미다.

보좌진 출신 의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우정 전 의원 비서관을 지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근태 전 의원 보좌관이었던 유은혜 교육부장관, 한광옥 전 의원 비서관이었던 윤호중 사무총장, 제정구 전 의원 보좌관이었던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 20명이, 자유한국당에선 김무성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헌승 당대표 비서실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보좌관이었던 이진복 의원 등 10명이 보좌진 출신이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무소속)은 구용상 전 의원 비서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황병태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과거 의원과 보좌진으로 만났던 이들이 함께 의정활동을 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한국당 김무성ㆍ이헌승, 민주평화당 박지원ㆍ민주당 이훈, 민주당 강창일ㆍ오영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의정활동을 보좌하며 정무ㆍ정책ㆍ입법 분야를 두루 섭렵한 책사들인 만큼, 국회 등원 후 이들의 활약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대부분이 초선 시절 원내대변인, 당 대변인에 낙점됐고, 재선이 된 이후에는 대외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수석부대표에 기용됐다. 재선 이상(18명) 가운데 원내수석에 발탁된 인사는 김현미, 박완주, 박홍근, 우원식(이상 민주당), 바른미래당 김동철, 유의동, 민주평화당 최경환,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까지 총 8명으로 이철희 의원은 초선임에도 민주당 원내수석을 맡은바 있다.

김근태 전 의원 보좌관이었던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보좌관 생활을 하며 의정활동 전반을 두루 익힌 만큼 하나의 사안을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는 눈이 생긴다”며 정치현장의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강조했다.

정작 보좌관들은 자신들의 활약상에 비해 정계진출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과거에 비해 정책과 상임위 활동이 강화되면서 입법전문가로서 ‘직업 보좌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서’라는 과거의 선입견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의원이 보좌진에 대한 의존도가 클 경우 섣불리 독립해 ‘자기 정치’에 나서기 힘든 경우도 많다. 박영선 의원(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보좌관 출신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곽동진 서정대 겸임교수는 “아직도 사회에선 의원을 보좌하는 사람으로만 보는 인식이 강한데다 인지도가 약한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계진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양수 한국당 의원은 “명망가 중심의 공천이 돼다 보니 보좌관은 의정활동 잔뼈가 굵은데도 경력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청와대나 정부부처를 들르거나, 교수 경력이라도 더해져야 공천이 되더라”고 말했다. 실제 이 의원도 보좌관을 그만두고 청와대 행정관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유의동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선 보좌진들이 더 많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며 후배들 지원에 적극적이다.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려면 법조인, 교수, 공직자, 의사 등 특정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정무기능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보좌진들이 적격이란 것이다.

유 의원은 “일종의 사관학교 비슷하게 보좌진 시스템을 운영해 선발, 채용하고 여기서 훈련받고 성장한 분들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면 정치가 실종된 현재의 국회가 더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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