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비는 제조산업과 첨단산업이 융합된 시스템 산업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3만개이나 항공기는 50만개, 무려 17배에 이른다. 항공정비산업의 세계시장이 확대되고, 기술기반의 노동집약적 특징을 고려할 때, 고부가가치와 일자리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제교역 증가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항공 화물ᆞ여객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21만편이던 항공운항 횟수는 2018년 39만편으로 약 83.4%나 증가했고, 연간 항공이용객 수도 2016년 1억명을 넘어선 뒤, 꾸준히 늘고 있다. 항공운항 횟수와 이용객 증가는 항공기 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항공사가 항공정비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항공기 운항 안전과 직결되는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 조립(Overhaul), 개조(Conversion)를 포함한다. 운항 정비는 단순 경정비로 항공사 자가 정비비율이 높지만, 기체정비나 개조의 경우 정비시설이 필요한 기술 중심 노동집약적 장치산업으로 대규모 초기투자가 필요하다. 엔진이나 부품정비는 원제작사의 기술진입 장벽이 높지만, 고부가가치의 성장산업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항공정비는 항공사 자가정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항공정비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매출보다 비용으로 인식되다 보니 정비시설과 장비, 인력 투자에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국가적 차원의 항공정비기술은 떨어지고, 정비인력 고임금 등의 문제로 이어지다보니 싱가포르 등 해외 외주정비만 증가시켰다. 연간 1조원 수준의 해외 외주정비에 따른 외화 유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항공수요 증가로 인해 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 전략산업으로서 MRO의 안타까운 현실은 국내 수리 조선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선박수리업을 목적으로 1975년 출범했던 현대미포수리조선소는 1982년, 조선소 완공 이후 연간 400척에서 1995년 6000척까지 감당하면서 세계 최대 수리조선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저임금을 무기로 이 사업에 진출하자, 선박 수리 비중을 축소하고 중소형선 신조선 사업으로 전환, 결국 2005년에 사업이 종료되었다.

수리조선은 선박 MRO, 개조산업과 직결돼 있다. 선박 MRO 세계시장은 그동안 친환경 규제 관련 설비수요 증가, 개조 수요 확대 등 10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수리선박은 아시아에서 50%이상 점유하고 있음에도 국내에는 선박 개조 주요 설비인 선대(Dock) 부족, 역설계 기술 미비, 수리공정기술에 대한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중소ㆍ중견 조선산업 활성화를 위한 친환경 선박개조산업 정책연구’,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2016)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조선 강국으로 맹위를 떨쳤지만, 선박 하나 수리할 조선소가 없는 상황, 선박 개조에 필수적인 중대형 수리조선소의 부재는 선박 수리와 개조로 이어지는 MRO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2017년에야 경남 고성에 선박 수리 조선소가 출범하여 지역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시동을 걸고 있지만, 10여년간 기술이 단절된 만큼, 국내 MRO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늦어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항공정비는 제조산업과 첨단산업이 융합된 시스템 산업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3만개이나 항공기는 50만개, 무려 17배에 이른다. 항공정비산업의 세계시장이 확대되고, 기술기반의 노동집약적 특징을 고려할 때, 고부가가치와 일자리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그럼에도 항공 기체 중정비 인건비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정부보조금까지 투입되어 항공정비 인력을 키우는 중국만 보더라도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생산 부품 및 시설 확충은 제조업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더는 수리조선업의 과오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항공 MRO 산업육성을 통해 자동차, 조선업에 이은 대한민국 제2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이석행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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