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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로 늘린 반도체 특별연장 근로···'노동자 건강검진 의무화' 유명무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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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로 늘린 반도체 특별연장 근로···'노동자 건강검진 의무화' 유명무실 우려

입력
2025.03.12 1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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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R&D 특별연장 근로 확대
현행 3개월→6개월로 연장 추진
주 64시간+주 60시간 혼합 운영
건강검진 의무화 빈틈 지적 나와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 직군의 특별연장 근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된 모습. 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 직군의 특별연장 근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된 모습. 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 노동자의 6개월 특별연장 근로를 추진하면서, 제도를 쉽게 활용 할 수 있도록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앞서 11일 정부는 현행 1회 3개월간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한 특별연장 근로 제도를 반도체 연구개발(R&D) 노동자에 한해 1회 6개월로 늘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완책으로 도입 예정인 노동자 건강검진 의무화 조치에 구멍이 보이는 등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 과로사를 유발하는 제도"라고 반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12일 고용노동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현행 특별연장 근로제도 행정지침을 개정하는 대신, 반도체 R&D 직군에만 적용되는 별도의 행정지침을 새롭게 만든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우선 1회당 특별연장 근로기간을 6개월(현행 3개월)로 늘렸다. 사업주는 ①특별연장 근로 6개월을 3개월씩 두 번에 나눠 신청하거나 ②6개월을 한 번에 신청하는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다. 최대 1년까지 특별연장 근로를 할 수 있는 것은 현행 제도와 동일하다.

다만 주당 최대 근무시간 적용 방식이 달라진다. 사업주가 6개월짜리 특별연장 근로를 3개월 단위로 나눠서 신청할 경우 주당 근무시간은 64시간이다. 단, 전반기 3개월이 끝나면 정부의 재심사를 한 번 받아야 한다. 반면 6개월 치 특별연장 근로를 한 번에 신청할 경우 근무시간은 전반기 3개월 64시간, 후반기 3개월 60시간으로 제한된다.

재심사 기준도 간소화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최초 허가를 받은 R&D 과정이 그대로 유지돼야만 가능했다"면서 "바뀌는 제도는 최초 허가 내용과 달라도 포괄적인 반도체 R&D 과정으로 인정되면 재심사를 통과시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특별연장 근로 제도는 △재해·재난 △인명·안전 △돌발상황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R&D) 등 다섯 가지다. 지난해 특별연장 근로 신청 건수 총 6,112건 중 R&D를 사유로 신청한 건수는 26건(0.4%)에 그쳤다. 반도체업계에서 까다로운 인가 및 재심사 기준 때문에 제도 활용이 어렵다고 지적해온 만큼, 제도 변화에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노동자 건강검진 의무화' 유명무실 우려

정부는 특별연장 근로를 확대하는 대신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를 강화키로 했다. '특별연장근로 건강보호조치' 고시를 개정해 노동자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 예를 들어 특별연장 근로 6개월을 신청한 사업주는 해당 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노동자 건강검진을 진행해야 한다.

6개월 내에만 건강검진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연장근로가 다 끝난 시점에 받아도 되는 식으로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더구나 6개월짜리 근로를 한 번에 신청한 경우에만 해당돼, 똑같이 6개월을 일해도 사업주가 3개월 단위로 끊어서 신청하면 건강검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지적에 고용부 관계자는 "고시를 개정할 때 해당 지점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과 연관된 생산인력도 특별연장 근로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흔히 생각하는 반도체를 찍어내는 생산직군이 아니라 연구개발 과정에서 협력이 필요한 생산직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정부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정부가 추진하는 첫 3개월 주 64시간, 이후 3개월 주 60시간을 적용할 경우 연간 노동시간은 3,233시간"이라며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2시간을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완책으로 내놓은 건강검진 의무화 방안에 대해서도 "이 정도 수준의 과로 앞에선 건강검진 수준의 대책도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라면 전부 연장 필요성을 인정해주고, 필요하다면 생산인력까지 특별연장 근로 대상자로 포함하려 한다"며 "모든 노동자를 과로사로 밀어 넣으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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