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회, 12일 이전 반대 결의문 채택
병원 이전하면 중구 몰락 불가피 여론
"존립 가능성 및 부지활용 먼저 검토해야"
대백, 2021년 7월 폐업후 매각 불발
대구시청 동인청사, 2030년 달서구로 이전
김동현 중구의장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경북대병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구 도심인 중구 일대 주요 시설이 폐업하거나 이전이 가시화하면서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대구의 랜드마크였던 동성로 대구백화점이 폐업 5년이 되도록 매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고, 대구시청 신청사 역시 달서구로 이전할 계획이라 상권 위축을 우려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다 대구시가 경북대병원 이전 추진을 천명하면서 "더 이상 주요 시설을 다른 곳에 내줄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는 12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에서 '경북대병원 이전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구의회는 결의문에서 "중구 구민은 의료 대란 시국에 상급 종합병원을 잃게 될 위기를 맞게 돼 경악을 금지 못하고 있다"며 "동산병원 이전과 칠곡 경대병원 분원 설립으로 이미 상권이 붕괴된 전력이 있는데, 또다시 이전한다면 중구 몰락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회는 "경북대병원 후적지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며 "대구시는 병원 이전을 추진하기 앞서 현 위치에 존립하면서도 해결 가능한 방법은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최소한 부지 활용 방안을 먼저 구상하는 것이 분명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대구 중구의회가 12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경북대병원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대구시는 지난 5일 제2작전사령부(2작사)와 제50사단, 제5군수지원사령부 등 5개 부대의 이전지를 군위군으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수성구 2작사 후적지에는 경북대병원을 이전해 최대 규모 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작사 부지에 경북대병원과 의대, 치대, 의학연구소를 이전해 대한민국 최초 의료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의료 수준 향상을 위한 조(兆) 단위 사업인 만큼 국가 재정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1930년대 건립된 경북대병원 본관은 사적으로도 지정돼 있어,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입소문이 나있는 만큼 관광 활성화적인 측면에서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북대병원 중심 상권에 의존해 온 인근 상인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경북대병원 인근 한 카페 사장은 "최근 아파트 단지들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로 먹고 사는 곳"이라며 "대안 없이 이전한다면 병원 일대 상권 위축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당사자인 경북대병원은 내심 이전을 바라는 눈치다. 병원 측은 새 병원 건립 사전 예비타당성 검토 등 내용이 담긴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2021년 7월 폐업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구 도심 내 주요 시설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주민들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역할을 해온 대구백화점(대백)은 지난 2021년 7월 폐업한 뒤 4년 가까이 매각되지 않고 있고, 대구시청 동인청사 역시 2030년쯤엔 달서구 두류정수장 부지로 이전한다.
대구시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위해 올해 상권·공간·문화관광·교통 등 4개 분야 12개 사업에 66억원을 배정하고, 2.28 기념 중앙공원 주변에는 '감성 노천카페 거리'도 만들 예정이지만 경북대병원 이전의 후폭풍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동현 중구의회 의장은 "경북대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중구의 의료 경제 상권과 직결된 핵심시설이기 때문에 이전이 현실화한다면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구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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