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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선 노화가 늦춰진다", 별들에게 물어봐

입력
2025.03.06 04:30
수정
2025.03.07 10:06
25면
0 0
이환석
이환석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NASA - 우주 생물학


흥행 실패에도 의미 큰 드라마
우주에서 다양한 생물학 실험
불임과 난치병 치료법 모색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제작 현장. 배우들이 와이어와 특수 장치를 조종하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무중력 공간에서 활동하는 듯한 연기를 하고 있다. tvN 제공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제작 현장. 배우들이 와이어와 특수 장치를 조종하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무중력 공간에서 활동하는 듯한 연기를 하고 있다. tvN 제공

최근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드라마가 아쉬움 속에 종영됐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우주정거장이 배경이고 제작비도 500억 원이나 투입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흥행은 기대에 못 미친 걸로 평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올해 연구개발 예산이 8,000억원 정도라니 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비록 허구였지만 다양한 생물학 연구와 관련 내용을 드라마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우주에서의 생물학 연구에 관한 관심을 잠시라도 가지게 한 점은 특히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극중 남자 주인공은 사망한 재벌가 남성의 정자를 몰래 우주정거장에 반입, 불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구에서는 찌그러져 있던 정자가 무중력의 우주에서는 똑바로 펴지게 함으로써 해당 정자의 결함을 고치려고 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는 허구다. 우주정거장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심장 수술도 하고 인공 호흡도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흥미로운 장면들도 허구다.

그러나 두 설정은 과학을 기반으로 상상해 낸 상황이다. 실제로 우주정거장에는 생쥐를 키우기 위한 주거용 쥐장도 있고 우주정거장으로 오갈 때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이동용 쥐장도 존재한다. 찌그러진 정자가 무중력 상태에서 펴질 거라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도 실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

그래픽=송정근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약 1년 동안, 은퇴한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Scott Kelly)를 연구했다. 그가 우주정거장에 체류하는 동안 쌍둥이 우주비행사 마크 켈리(Mark Kelly)는 지상에서 체류한 걸 이용, 두 사람의 생물학적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우주에 있던 스콧의 DNA 에서 텔로미어라는 부위가 길어진 뒤 지구로 돌아오면서 다시 짧아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텔로미어는 세포 수명의 길고 짧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재현 실험도 알려진 바 없고, 농작물에서는 길이 차이가 없다는 결과들은 보고된 반면 동물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들은 아직 없는 걸 보면 추가 연구가 많이 필요한 내용이다.

NASA는 1960년 외계 생물학 연구를 시작한 이후 1990년대에 천문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확대해 현재 매년 1,2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주 비행, 무중력 또는 미세 중력 상태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연구 주제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중에는 뜻밖의 연구도 수행된다. 항암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연구들도 많고, 신약 개발에 필요한 물질의 순도 개선과 관련된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송정근

그래픽=송정근

NASA가 최근 선정한 우주생물학 연구들로는 암 치료제 약물 전달, 심혈관 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연구, 무중력 또는 미세 중력 상태에서 종양 세포의 성장에 관한 연구, 우주에서 면역 세포의 변화를 연구해서 새로운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 등이 포함된 걸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한국에도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부족한 사회적 관심과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학과 기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주생물학은 더 이상 먼 우주에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상에 바로 활용이 가능한 실용적 연구 성과들이 얻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주생물학에 대한 더 큰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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