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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돌본다고 하길래" 위구르족 강제 송환 태국… 미국 등 "강력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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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돌본다고 하길래" 위구르족 강제 송환 태국… 미국 등 "강력 규탄"

입력
2025.02.28 15:45
수정
2025.02.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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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오전 2시 중국행 공항으로 강제 이송
미국 "중국, 공산당 지시 아래 학살 저질러"

27일 오전 태국 방콕 수안플루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서 창문을 가린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트럭 안에는 위구르족 40여 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AP 연합뉴스

27일 오전 태국 방콕 수안플루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서 창문을 가린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트럭 안에는 위구르족 40여 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AP 연합뉴스

11년간 태국에 구금돼 있던 위구르족 40명이 중국으로 보내졌다. 해도 뜨지 않은 컴컴한 새벽에 예고도 없이 이뤄진 ‘강제 송환’이었다. 국제 인권단체와 서방 국가는 위구르족이 중국에서 박해당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태국 정부를 비판했다.

28일 로이터통신, 태국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야당인 공정당 칸나위 수엡생 의원은 전날 오전 2시쯤 방콕 수안플루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서 창문을 가린 구금자 이송용 트럭이 빠져나왔다고 폭로했다. 수안플루 수용소는 2004년 중국에서 탈출했다가 태국에서 붙잡힌 위구르족이 머물던 곳이다. 경찰은 다른 차량이 뒤쫓지 못하게 공항까지 트럭을 호위했다.

이어 오전 4시 48분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에서 예정에 없던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이륙했다. 항공기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서 확인한 결과, 이 여객기는 6시간 후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내 카슈가르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 야권과 인권단체들은 비행기에 위구르족이 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칸나위 의원은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위구르족이 중국에서 탄압받을 위험이 있으니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크로스문화재단도 정부 관계자와 구금자들을 불러 위구르족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법원에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태국 방콕 법무부에서 타닛 타이와타라마스 이민국 부국장이 위구르족 강제 송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27일 오후 태국 방콕 법무부에서 타닛 타이와타라마스 이민국 부국장이 위구르족 강제 송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야권의 포격이 이어지자 침묵하던 태국 정부는 결국 같은 날 오후 “위구르족 40명을 중국으로 돌려보냈다”고 인정했다.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중국이 위구르족 40명을 돌보겠다고 보장했다”며 “송환은 국제 기준에 맞게 이뤄졌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패통탄 총리는 위구르족 강제 송환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이런 종류의 문제는 어느 나라든 법과 국제 절차, 인권을 따라야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태국 정부의 위구르족 송환 공식 발표 이후 중국 공안부도 이날 불법 이민과 관련된 자국민 40명을 태국에서 이송해 왔다고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구르족을 포함한 모든 소수민족은 사회·경제·정치적 권리를 누린다”면서도 태국에서 송환된 40명에 대한 질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 국가는 태국 정부를 규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태국이 위구르족을 적법한 절차 없이 그들이 박해와 강제노동, 고문을 당한 중국으로 강제 송환한 것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전했다. 이어 “태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태국이 유엔 고문방지협약과 강제실종방지협약에 따른 국제 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는 해당 조치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을 공산당 지시와 통제 아래 무슬림 위구르족과 신장 지역 소수 민족, 종교 집단을 대상으로 학살과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며 “송환당한 위구르족의 안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영국과 독일 외무부 역시 이번 강제 송환에 반발하며 위구르족 안위 보장을 중국과 태국 정부에 요구했다.

앞서 2014년 중국에서 탈출해 튀르키예로 망명을 시도하던 위구르족 300여 명이 경유지인 태국에서 적발됐다. 당시 태국 정부는 109명을 이듬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고, 173명은 튀르키예로 보냈다. 나머지 53명은 태국에 구금됐는데 그중 5명이 사망하고 5명은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징역형을 받았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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