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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입력
2025.02.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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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편집자주

자랑스런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은 헌법에서 출발합니다.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과 올바른 지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계엄 후 3개월, 임계점 맞은 혼란과 갈등
통일, 민주화 등 절실한 국가 비전 부재
온 국민 뜨거운 공감 이뤄낼 목표 찾아야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박시몬 기자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최근 3개월간 대한민국은 갈등과 혼란의 임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거야의 탄핵소추 남발과 예산안 삭감, 이를 이유로 발동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 벌어진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내란죄 공방, 그리고 최근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여야의 지지율까지···. 국민들 사이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의 갈등이 날카로워지면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치킨 게임을 방불케 하는 극단적 갈등이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끝까지 가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의 하야를 기대하거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동반사퇴를 기대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을까? 본인들은 전혀 생각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보수, 진보 양 진영 중의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할까? 아니면 중도의 입장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까? 제3의 대안은 없을까? 도대체 이러한 진영 갈등은 왜 이렇게 심각해졌으며,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궤멸시키려 하는 적대적 대립이 아닌, 갈등과 대립 속의 공존과 상호 보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제도의 측면에서는 승자독식의 정치 제도로 인한 갈등의 지속적 확대 재생산, 점점 더 치열해지는 집권 경쟁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의 측면에서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극복하고 민주적 리더십을 체화한 정치 지도자의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 전체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국가 비전의 부재이다.

해방 직후의 대한민국에서는 '독립된 주권국가의 건설', '남북한의 통일'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국민들의 비전이자 목표였고, 희망이었다. 1960년대 이후의 개발독재 시절에는 경제발전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 속의 국가 비전이었다. 1987년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추진되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대한민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모든 국민에게 각자의 삶이 소중하고, 그에 따라 개인의 목표나 희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개별 사안에서의 갈등과 의견 대립이 있더라도 더 큰 측면에서 국민적 통합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갈 국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더 발전된 민주주의,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경제적 성장과 분배의 합리화, 기후 위기 등 환경문제의 개선과 저출산 고령화 등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 중요한 국가과제 내지 국가목표에 대한 추상적 공감대는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들을 뜨겁게 만드는,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 그리고 열정을 느끼게 하는 비전은 아니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2,000만 동포가 3·1운동에 동참하게 만들었던 독립에 대한 비전과 절실함, 분단 직후 통일에 대한 절절함 등과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뉴 프런티어십을 주장했던 케네디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지도자가 없기 때문일까?

2025년 대한민국은 뜨거운 공감을 통해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국가 비전을 필요로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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