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수용 못 해" 날 선 반응 보였지만
대응책 없어... 美켈로그 특사 방문이 기회?
유럽은 '트럼프 대응책' 마련하려다 쪼개져
'우크라 파병' '대러 제재 해제 압박'에 고민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논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UPI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협상 첫발을 뗐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위기감은 오히려 증폭했다. 미러 양국이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유럽을 '패싱'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데다 '빠른 종전' 대가로 미국이 러시아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할 가능성도 커진 탓이다.
우크라이나는 연일 미러 양자 협상 정당성을 부정할 뿐, 두 나라 간 밀착을 막을 만한 카드가 딱히 없다. 어떻게든 협상에 참여하려는 유럽은 방법론을 둘러싼 내부 분열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협상 카드' 없는 우크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종전 협상 관련 미러 고위급 회담에 대해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2022년 2월) 전면전 개시 때 거론한 최후통첩을 미국이 논의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종전 조건으로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 불가 등을 미국이 수용할 의사를 내비친 뒤 열린 회담에서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 '미러 관계 회복' 등 논의까지 이뤄진 데 따른 반발이었다.
젤렌스키는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미러 협상에 제동을 걸 수단이 마땅치 않다. 빠른 종전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발맞춰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카드를 내밀었음에도 사우디 회담엔 참여하지 못했다. 19일 우크라이나를 찾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특사 키스 켈로그가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지만, 소득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켈로그는 우크라이나에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러시아가 대화를 꺼린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그의 발언권을 둘러싼 의구심만 커지고 있어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앙카라=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응' 속도 못 내는 유럽
우크라이나처럼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에서 배제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유럽은 당장 내부 분열 해소가 시급하다.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 유럽연합(EU) 지도자 및 유럽 주요국 정상을 파리로 소집했는데, 초청받지 못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측근은 마크롱의 '차별'을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이 회의에서 제외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2차 회의를 19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추진하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견' 구상도 독일과 폴란드 등의 반발이 극심하다. 이번 고위급 회담을 통해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러시아가 "나토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상태라, 관련 논의는 더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미국이 유럽을 향해 '대러시아 제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난감한 대목이다. 러시아의 무력행사에 제동을 가하기 위한 서방의 무기를 스스로 제거하자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EU는 18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현재로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종전 협상 참여를 위해 결국에는 미국과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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