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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 편들고 피해자 비난한 트럼프… “전쟁 방치한 우크라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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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 편들고 피해자 비난한 트럼프… “전쟁 방치한 우크라 지도자”

입력
2025.02.19 1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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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미러 회담 종료 뒤 자택서 회견
“선거 치를 때”… 젤렌스키에 퇴진 압박
2월 내 푸틴과 회동 시사… 협상 속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며 퇴진을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 측과 미국이 양자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처음 선 공식 석상에서다. 전쟁을 내버려둬 조국을 폐허로 만들었다는 게 질책 이유였지만, 누가 우크라이나를 파괴했는지에는 입을 닫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미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지율 52%인데 “고작 4%”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러시아 간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됐다는 젤렌스키의 불만에 대해선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하지 않냐”고 쏘아붙였다.

‘러시아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를 바란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트럼프는 “러시아만 그런 게 아니라 나,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노골적으로 정권 교체 필요성을 부각한 것이다.

이 발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 논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이 끝난 뒤 몇 시간 만에 나왔다. 트럼프의 문책 대상은 젤렌스키뿐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철거 현장”에 빗대며 “전쟁을 방치한 리더십이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를 가리키며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도 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시작한 것은 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거론한 수치도 틀렸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젤렌스키 신뢰도가 52%라는 자국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젤렌스키) 지지율이 고작 4%”라는 트럼프 언급을 반박했다. NYT는 “트럼프 지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젤렌스키를 선거로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은 러시아 측이 줄곧 해 왔던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발언을 전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親)푸틴 인사’를 내세우는 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반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는 관대했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포악한 야만적 행동을 멈추기를 바란다”고 보듬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의 파괴 행위에 (미국) 대통령이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 부소장 이언 본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트럼프는 침략자를 편들며 피해자를 비난한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에서는 기뻐 뛰어다닐 것”이라고 적었다. NYT는 “트럼프가 푸틴과의 공동 목표를 위해 동맹국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향을 드러냈다”며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 외교 정책에서 가장 놀라운 전환, 친구와 적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하는 180도 변화”라고 짚었다.

“유럽군 주둔 찬성” 대러 신경전?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 뮌헨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하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 뮌헨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하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트럼프는 대(對)러시아 협상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푸틴 대통령과 이달 안에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마도”라고 대답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이 ‘미러 정상회담이 다음 주에 열릴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은 직후였다.

평화협정 일환으로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에 대해 트럼프는 “전적으로 찬성”이라고 했다. 다만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참여 가능성은 일축했다. 미·러 회담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화유지군 파병안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저강도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북한과 러시아가 공식 확인하지 않는 북한군 참전 사실을 처음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북한군도 많이 죽었다. 싸우기 위해 왔지만 많은 수가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대러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유럽을 달랬다. 회담 뒤 취재진에 ‘’러시아 의도 파악을 위한 예비 회담일 뿐이었다”고 해명한 그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에게 전화해 회담 결과를 브리핑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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