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의정갈등 관련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2025.2.17/뉴스1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가 집단사직하며 진료 현장에서 이탈한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7%(14일 기준)에 불과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초과 사망자가 지난해 2~7월 6개월 동안에만 3,136명에 달한다는 통계까지 있다. 그럼에도 의정은 아직 평행선이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마저 해법을 찾지 못하면, 꼼짝없이 또 1년을 의료 공백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할 판이다.
국회가 입법으로 추진 중인 ‘의료인력 추계위원회’는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꽉 막힌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힌다. 작년 초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한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추계위는 의대 졸업생 수와 인구구조,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토대로 향후 필요한 의료인력을 추산하는 기구다. 제대로만 운영이 된다면 적정 의료 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해 논란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추계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서도 추계위 구성과 권한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의료계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의료 면허 소지자가 절반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환자·시민단체는 공정성 담보 차원에서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추계위가 단순히 자문기구 역할만 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 최종 결정에 추계위 의견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은 분분했다. 그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의료계 대표들이 만났지만 논의에 큰 진전은 없었다.
추계위가 빨리 법제화돼야 2026학년도 정원 결정부터 적용할 수 있다. 5월 입시요강을 발표하려면 아무리 늦춰 잡아도 4월말까지는 의대 정원이 결정돼야 한다. 길어야 두 달 남짓이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일방통행과 의료계의 편파적 주장에 휘둘리지 않는 추계위 입법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어디까지 붕괴될지, 얼마나 더 많은 환자가 죽음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정말 절실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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