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결 원칙' 깨고 우크라전 종전 위한
미러 양자 협상 추진 나선 트럼프 행정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관련 재건·비용 요구 가능성
"한국, 정세 변화 주시하며 전략 짜야"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함부르크=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국제 안보 질서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유엔(국제연합·UN) 헌장 정신까지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뺀 채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엔 헌장 정신인 자결 원칙도, 영토보전 원칙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판 흔들기'식 외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밀려 올 파도를 면밀히 살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식 분쟁 해법…"한국, 입장 표명 어려워"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는 16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과 종전 협상을 하기 위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패싱'한 채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이런 흐름 속에 당장 한국은 미국식 전쟁해법에 대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분쟁과 관련한 외교원칙에 대한 입장을 요구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서안 정착촌 주도권을 인정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중동평화구상'을 지지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관여를 견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기본적인 외교 자율권과 자결권에 대한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미국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맹국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반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힐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끼리 연대를 강화해 파장을 억제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美 동맹국으로서 재건 비용 요구받을 수도"

조태열(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바이어리셔호프 호텔 인근의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국가 간 분쟁에 있어서 한국의 외교노선 조정도 과제다. 그동안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과의 군사협력이 불법이라고 보고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정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급속도로 풀면 한국도 관계 개선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석배 전 러시아 대사는 "미러 관계가 개선되는 속도를 면밀히 봐가면서 우리도 러시아 관계 개선의 속도가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며 "협상 과정에서 북러 군사협력이 정리될 수 있도록 미측에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적극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동맹관계를 근거로 재건 비용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가자지구의 재건 등에 있어서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비용 부담 요구가 있을 수 있고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와 방위비협상 문제도 연동된다"며 "한미관계 틀 속에서 중동 문제가 어떤 돌발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정리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에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정책과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을 번 측면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구체성이 떨어지는 만큼 그 중간단계의 구체적인 로드맵에 우리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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