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SM 매출 4.6% 성장
'마이너스' 대형마트와 대조
근거리?소량 장보기 패턴 수혜
GS 올해 매장수 500개 돌파
롯데?이마트도 신규 출점 확대

2024년 7월 26일 열린 GS더프레시 창동점 개장식에서 허연수(왼쪽에서 4번째)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최경호(6번째) 경영주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2024년 7월, 서울 도봉구 GS더프레시 창동점 개장식에 당시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부회장)가 참석했다. GS더프레시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보통 가맹점 개장식은 담당 임원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장이 직접 참석한 것. 이는 이곳이 500번째 매장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나가던 2022년 말 GS더프레시 점포 수는 378개. 이후 1년 반 만에 점포가 120개 넘게 늘어난 셈이다. 유통업체 중 SSM 점포 수 500개 고지에 오른 곳은 GS리테일이 유일하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을 열고 싶어하는 대기자만 200명에 달한다"고 했다.
한때 대형마트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SSM이 부활하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 속에 대형마트에서 한번에 장을 보기보다는 집 근처 슈퍼에서 그때그때 한 끼 식사에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이에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줄줄이 역(逆)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SSM은 나 홀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유통업계 또한 SSM을 신규 먹거리로 보고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 SSM 매출 성장률은 4.6%로 2023년(3.7%)에 이어 2년 연속 성장했다. 대형마트가 2023년 -0.5%, 지난해 -0.8% 등 뒷걸음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GS더프레시 매출은 1조6,080억 원, 영업이익 315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1.1%, 15.4%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 또한 영업이익 293억 원으로 14.4% 증가했다. 매출은 1조2,962억 원으로 0.8% 감소했지만 이는 점포 폐점 등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기존 점포 매출 성장률은 8.9%에 달했다.

롯데슈퍼가 새로 문을 연 서울 강남구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의 델리 코너 모습. 롯데쇼핑 제공
과거 SSM은 유통업체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01년 롯데가 롯데슈퍼를 시작한 이후 주요 유통업체 모두 SSM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의 틈새를 파고들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골목 상권 보호 기조 속에 의무 휴업과 신규 출점 제한 등의 규제를 받으며 주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속 배송을 앞세운 쿠팡,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마저 등장하면서 SSM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롯데슈퍼와 GS더프레시의 영업 적자가 각각 1,040억 원, 289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그랬던 SSM이 살아난 배경은 복합적이다. 먼저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장보기 패턴이 달라진 영향이 크다. 주말에 온 가족이 대형마트를 찾아 한 번에 많은 양의 장을 보는 대신 집 근처에서 수시로 작은 용량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 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형마트보다 SSM에서 수시로 장을 봐 집밥을 해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유통업체들이 SSM 매장에서 비(非)식품 상품군을 줄이고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델리) 등에 공을 들인 것도 재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유통업체 모두 올해 SSM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핵심은 가맹사업 강화다. 롯데슈퍼는 올해 가맹점 20~30곳을 새로 열 계획이다. 이마트 또한 이마트에브리데이 가맹점 19곳을 신규 출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은 인력 등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기에 매장 규모가 커야 마진을 낼 수 있다"며 "그만큼 출점이 까다롭다"고 했다. 반면 이런 규모 제약이 없는 가맹점은 소규모 매장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것. 실제 2010년 가맹 사업을 시작한 GS더프레시는 신혼부부와 1, 2인 가구가 많이 사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기존 SSM 절반 수준인 330m²(약 100평) 규모 매장을 출점하며 지역 상권을 선점해왔다. GS더프레시 매장(531개) 중 가맹점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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