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에 나와 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논리에 힘을 실었다. 판사 출신 이 전 장관이 사안의 본질인 ‘계엄 발령 법적 요건’을 애써 외면한 모습은 안타깝다. 그는 언론사 단수·단전과 관련한 소방청장과의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 자신이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책임을 피해 갔다.
이 전 장관은 어제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계엄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고, 대통령이 행사한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했는데 막는다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비상계엄이 내란이고 위헌·위법이라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윤 대통령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발령 요건은 ‘대통령의 고심’이 아니다. 계엄법에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계엄 당일은 전쟁이 터지지도 않았고, 경찰력만으로 치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변 내지 비상사태도 아니었다. 국무회의에 하자가 있고, 해제 요구권을 가진 국회를 막은 것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했음에도, 이 부분을 눈감으려 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언론사에 물과 전기를 차단하라는 지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소방청 단전 단수 쪽지를 봤다”며 “소방청장과 전화하면서 쪽지가 생각나 만일에 대비해 국민 안전을 챙기라는 당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에 가지 않은 소방청장이 어떻게 대통령 탁상에 있는 내용을 파악해 지시로 받아들였다는 말인가. 연결고리인 이 전 장관을 빼고 성립할 수 없는 얘기다. 지시 주체와 내용을 흐리려는 의도 아닌가.
윤 대통령이 근거 없는 주장과 무리한 궤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졌던 국무위원마저 진실보단 대통령의 얄팍한 논리를 좇으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건 볼썽사납다. 아무리 대통령 측근이고 부당한 탄핵소추(이태원 참사)를 당했다고 생각한다지만, 법조인의 양심과 국무위원의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는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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