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목표는 '트럼프와 신뢰 형성'
예상 문답 외워 트럼프 리스크 대비
'아베가 분석' 트럼프 성격·도표 활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P 뉴시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갖는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방위비 부담·관세 인상' 압박 방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초기부터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 부과 시행,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소유 구상 발표 등 과격한 언행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일본을 향해서도 '불편한 의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단은 '트럼프식 돌발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그와의 관계 형성에 집중하면서 첫 만남을 무난히 마치겠다는 게 이시바 총리 목표다.
불안한 일본 "관계 구축 위주로"
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최우선 목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구축'을 잡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州)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한 뒤, 일본 외무성 간부들과 미일 정상회담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이시바 총리는 동아시아 지역 안보 안정화를 비롯해 미일 관계 관련 사안을 전반적으로 다루되, 미일 간 거래가 될 의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이번 회담은 어디까지나 양국 정상 간 관계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를 주요 의제로 깊이 다루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시바 시게루(앞줄 오른쪽) 일본 총리가 6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 뉴시스
일본 입장에선 자칫 방위비·관세 인상 같은 곤혹스러운 의제가 튀어나올까 봐 불안한 게 사실이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초부터 '미일 간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며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 요구를 섣불리 꺼냈다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되받아치고, 초반 관계 형성부터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시바 총리도 전날 밤 출국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신뢰 관계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내부에선 예측할 수 없는 언행으로 상대국을 농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현장에서 어떤 얘기를 꺼낼지 불안하게 바라본다"며 "방위비 증액과 관세 인상,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문제 등을 언급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시바, 일주일 넘게 방미 스터디

2019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미소를 띤 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예상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트럼프 맞춤형'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보였던 행동 및 대화를 분석했고, 예상 문답도 일주일 내내 암기했다. 닛케이는 "방미 스터디회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일주일 전부터 매일 공부해 (트럼프 대통령 대응 방법이) 매우 숙달된 상태"라며 "미리 준비한 예상 문답에 따라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느냐가 (회담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분석했던 '트럼프의 성격'도 복습했다. 아베 정권 시절, 일본 내 성격 분석 전문가들은 아베 전 총리에게 △트럼프 발언에 대해 부정하지 않기 △매우 흥미롭게 반응하기 △자신의 성장 과정 말하기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시바 총리는 아베 전 총리 스타일을 따라 '일본의 대(對)미국 투자 기여도' 도표도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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