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닛산, 혼다 합병 MOU 철회"
혼다 '자회사 형태' 제안에 닛산 반발
혼다 "긴장감 없는 닛산, 못 기다려"

일본 시민들이 5일 도쿄 시내에 있는 닛산 전시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합병을 논의해 온 닛산이 경영 통합 양해각서(MOU) 철회 수순에 들어간다. 혼다가 닛산에 '혼다 자회사' 형태의 통합 방안을 제시하자 내부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양사는 현대차·기아를 넘는 글로벌 업체 3위(세계 판매 대수)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합병 논의에 들어갔는데, 통합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병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TBS방송 등에 따르면 닛산은 혼다와 대등한 수준의 경영 통합 논의가 어렵다고 보고, 혼다와 체결한 통합 관련 MOU를 철회하려는 방침을 굳혔다. 합병 협상도 중단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23일 경영 통합 협상에 착수했다. 2026년 8월 지주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각 사가 그 산하에 들어가는 형태로 경영 통합을 논의해 왔다. 오는 6월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양사 간 요구가 너무 달랐던 탓이다. 혼다는 닛산에 회생 계획 수립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닛산이 경영 부진의 늪에 빠진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였다. 자사 영업이익의 절반도 안되는 닛산을 현 상태에서 통합할 경우엔 긍정적인 합병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게 혼다의 판단이었다.
닛산은 북미·중국 시장에서 고전해 왔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했다. 혼다의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이익은 1조3,819억 엔(약 13조 원)이었지만, 닛산은 5,687억 엔(약 5조3,600억 원)에 그쳤다.

미베 도시히로(오른쪽) 일본 혼다자동차 사장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도쿄에서 열린 경영 통합 협상 관련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닛산은 자동차 생산 능력을 20% 줄이고, 전체 직원의 약 10%인 9,000명을 감원하겠다고 했으나, 혼다는 미흡하다고 봤다. 그래서 혼다가 제시한 게 '자회사 통합' 방안이다. 닛산을 자회사로 만들어 혼다가 직접 닛산의 회생 절차를 지휘한다는 구상이었다. 혼다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닛산은 (경영 악화에 대한) 긴장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닛산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대등한 수준의 통합'을 내건 닛산의 논의 조건과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닛산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협상이) 파탄 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더는 어렵다"며 "양사 주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양사 합병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혼다는 닛산에 '2월 1일까지 자회사 안을 받을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MOU 철회였다. 닛케이는 "닛산은 통합 협상을 다시 할지, 전기차(EV) 협업만 이어갈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혼다도 자회사 안이 거부될 경우 통합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혼다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논의를 더 이어갈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혼다 역시 가까운 시일 안에 협상 중단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사 간 합병 논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합병 실현 시 현대차·기아를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3위에 올라설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730만 대를 팔았고, 혼다와 닛산은 각각 398만 대, 337만 대를 팔았다. 두 업체 판매량을 합치면 약 735만 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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