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이달 종료
타 지자체 '수요 저조'에 본사업 '삐걱'
이용 가정 "향후 계획 공지 無... 답답"
市 "고용부와 협의 중... 최대한 지속 예정"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아이는 이모님 퇴근할 때마다 매달려 우는데 계속 돌봐줄 수 있을지 모르니 속이 탈 수밖에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지속 여부를 두고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의 협의가 더뎌지면서 이용 가정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수요와 예산 문제로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당장 다음 달 사업이 끝날 경우 닥쳐올 '돌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강모(40)씨는 시범사업이 시작한 9월부터 하루 4시간씩, 주 5일 세 살 아들을 '필리핀 이모'에 맡겨왔다. 맞벌이 부부인 데다 조부모 건강까지 악화하면서 자녀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져 서비스를 이용한 강씨는 "가사관리사 분께서 퇴근할 때마다 아이가 가지 말라고 울 정도로 친밀해졌다"며 "당장 사업이 중단되는지, 계속되는지 아무 말이 없으니 부모 입장에서 너무 불안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종료 한 달도 채 안 남았는데... "아무 공지 없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하지만 서울시와 고용부, 위탁 업체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9월 복직을 앞두고 17개월 쌍둥이 자녀를 돌보고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박모(37)씨는 "지난달 업체(대리주부)에 물어봤을 때는 최대한 사업이 진행되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설 연휴 지나고 가사관리사 분께서 사업이 끝날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아이 돌보는 게 간단한 문제도 아닌데, 먼저 향후 계획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각 가정은 사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소통·급여 문제 등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민도 떠안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이용한 30대 김모씨는 "개인 일정에 따라 이용하지 못하는 날이 있어도 무조건 정해진 급여를 줘야 하고, (가사관리사의) 한국말이 서툴러 아이가 아프거나 위급한 상황에 병원 동행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불편한 점이 있어도 시나 정부, 업체와 소통이 안 돼 개선되지 않았다"며 "최근 (가사관리사) 급여를 올린다는 보도까지 보니, 계속 이용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서비스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
당초 시와 정부는 시범사업이 끝나면 올해 상반기까지 사업 규모를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들의 미온적인 반응과 고비용 문제 등으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말 고용부가 실시한 전국 가사관리사 수요 조사에서 서울(952명)과 부산·세종(각 20명 이하)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는 수요가 없었다.
서울시는 현재 이용하고 있는 가정만큼은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게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연장과 확대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결단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해 조만간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 서비스 확대 여부와 사업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범사업 기간 중 700가정 넘게 대기하는 등 서울 내 수요가 확실하다는 점을 들며 사업의 지속 추진과 가사관리사 인원 확대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서비스가 안정되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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