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 원
현 경영진 재직 중에도 451억 대출 실행
동양·ABL생명 인수 절차도 미흡
경영평가에서 3등급 받으면 인수 물거품

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뉴시스
우리금융지주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규모가 총 730억 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금융감독원 수시검사 때보다 380억 원 추가 적발됐다. 이 중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 재임 당시 취급된 부정 대출 규모만 451억 원(61.8%)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 경영진 역시 내부통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금융이 추진하던 보험사 인수 계획에도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정기 검사 대상은 우리·KB·NH금융과 신한금융투자 등이었다.
금감원은 3개 금융지주에서 총 3,875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우리금융에선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730억 원을 포함해 2,334억 원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KB금융과 NH금융에서도 각각 892억 원과 649억 원의 부당대출이 일어났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손 전 회장의 처남인 김모씨가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600억 원 중 350억 원 상당이 손 전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한 특혜성 대출이라고 판단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우리금융 정기 검사에서도 다수의 임직원이 관여된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380억 원을 추가로 적발했다. 전체 부당대출(730억 원) 중 338억 원(46.3%)이 부실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감원은 검사 결과 보고서에서 현 경영진 취임 이후 451억 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됐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 중 123억 원이 부실화됐으며, 나머지 328억 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본인 관련한 대규모 금전 취급 행위에 대해선 당연히 해당 회장뿐 아니라 통제하지 못한 현 경영진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금융에선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부당대출 1,604억 원을 취급했고 1,229억 원(76.6%)이 부실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도 있었다. 홍콩 H지수 급락으로 파생 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우리금융 임직원은 내부 손실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손실 누적액 1,000억 원을 2년 이상 숨긴 사실이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절차도 문제 삼았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에 두 회사에 대한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금감원에선 "지주 회장이 자회사 인수합병(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동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며 "이사회나 위원회를 두는 이유는 심도 있게 논의한 다음 결정하라는 취지인 만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한 제재와는 별도로 경영실태평가부터 조속히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지주와 자회사 모두 종합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이 이번 검사 결과 3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을 경우 M&A가 무산될 수 있다.
KB금융에서는 팀장이 시행사의 작업 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당대출 892억 원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NH금융에선 지점이 브로커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 원을 취급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런 문제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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