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사석 보관 규정에 따른 ‘반칙패’ 폐지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바둑 대국 도중 사석(따낸 돌) 보관 규정에 따른 ‘반칙패’가 결국 폐지된다.
3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날 열린 올해 첫 운영위원회에서 ‘사석 보관 규정 변경 등 반외 규정에 의한 경고’와 관련한 누적 반칙패 규정을 없애기로 정했다. 기원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은 중국위기협회와 신속히 공유하고 협의, 다가올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등 세계대회의 정상적 개최에 온 힘을 쏟겠다"라며 "향후 세계대회에서 문제없이 통용될 수 있는 규정 제정을 위해 중국, 일본 등과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 폐지는 지난달 동갑내기인 중국의 커제(28) 9단과 한국의 변상일 9단이 가졌던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에서 불거졌던 판정 불복 사태와 무관치 않다. 당시, 커제 9단에게 1국을 내준 변 9단은 결승 3번기(3판2선승제) 가운데 2, 3국을 사실상 상대방의 사석 관리 규정 위반에 따른 반칙패로 우승했다.
하지만 이 판정 결과를 거부한 커제 9단은 급기야 ‘LG배 기왕전’ 시상식까지 불참했다. 중국위기(圍棋)협회도 “심판의 경기 중단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경기의 정상적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 기사는 심판의 과도한 방해로 경기를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위기협회는 LG배 3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커제 9단의 입장에 섰다.
이번 충돌은 양국의 서로 다른 대국 계가 문화에서 비롯됐다. 계가 시 한국에선 중요한 사석이 중국에선 불필요해서다. 한국에선 대국 도중 상대방의 사석 수에 기반해 형세를 판단, (정해진 바둑) 통의 뚜껑에 보관해야 한다. 이 규정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기원 주관의 국내 모든 대회에 적용됐다. 하지만 반상의 생존한 돌만으로 계가를 하는 중국에선 사석의 의미가 없다. 중국 선수들이 평소 대국 시, 습관적으로 사석을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난 곳에 자유롭게 두는 까닭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사석 보관 규정에 따른 ‘반칙패’ 폐지와 연관된 후속 조치는 추후 열릴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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