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도체특별법 논의 본격화]
반도체 연구개발직 주52시간 초과 근무 추진
삼성노조 "연구개발직 90% 법안 반대" 발표
양대노총 "노동자에 경영실패 책임전가" 반발

게티이미지뱅크
"연구개발직으로 일하며 3년 연속 상위 고과를 받았지만 월 초과 근무 시간은 평균 5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높은 생산성의 배경은 오히려 충분한 휴식이었다."
"주52시간 제외 법안이 통과되면 현업 부서에선 고과를 받기 위해 시간만 채우는 인력들이 늘어날 것이다. 회사 성과와 상관없이 근무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만 가중될 것 같다."
"반도체 특성상 연구개발 직무는 현재의 주52시간제에서도 사실상 연중무휴로 지속되고 있다. 현재도 쉬는 시간까지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연구개발 직군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제외는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직 직원들이 주52시간 적용 제외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내용이다. 반도체 기업 경영진과 정치권에선 반도체 연구개발직군의 노동 시간 연장을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연구자들은 오히려 법안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반박한 셈이다.
3일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반도체 연구개발직에서 일하는 조합원 9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참여 조합원 중 814명(90.0%)은 주52시간제 제외 법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법안 통과 시 △워라밸 저하(769명) △업무 스트레스 증가(697명) △노동시간 증가(642명)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법안이 연구개발직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조합원 88.1%(797명)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반도체특별법' 추진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혁신은 장시간 노동이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며 "반도체특별법에 담긴 주52시간 적용 제외는 노동자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과 심혈관질환 발생이 높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노사가 합의를 이룰 경우 일정 소득 이상의 반도체 연구개발직 노동자에게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지만 이를 더 완화한 내용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급변하는 세계 시장변화 속에서 노동시간을 늘려야만 생산성이 올라가고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낙후된 발상 자체가 국가경쟁력에서 한참 뒤처진 것"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은) 경영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오로지 정권 창출에만 혈안이 돼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추진한다면 2,500만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 논의와 함께 산업계, 노동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돼 추진되고 있는 만큼,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주52시간제 예외에 반대하는 노동계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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