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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과 상실에 적응하기

입력
2025.02.03 1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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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관심사 추구 및 타인 교류 힘들면
'지속적 애도장애'로 진단 가능한 상황
슬픔 억누르지 말고 건강하게 표현해야

5~10년 전만 해도 결혼식, 돌잔치 등 경사에 참여할 일이 많았는데 올해 연달아 동료들의 부모님, 심지어 지인의 장례식과 같은 애사에 갈 일이 꽤 있었다. 이런 소식은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들은 다들 "이젠 우리가 부모님 장례식에 참석할 나이가 됐구나" 실감하게 되고, 부모님들은 최근 친구들의 본인상이 많아진다며 주어진 삶과 건강에 감사하게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애도(grief)는 상실과 연관된 감정과 행동을 뜻한다. 애도는 이별(분리)에 대한 복구 반응이며 뒤에 남은 사람이 자신의 정서적 에너지를 새로운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 때 끝난다. 죽음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하는 이혼, 젊음이나 건강‧지적인 능력‧신체 감각(노화로 인한 청력‧시력 저하)‧신체 일부(예를 들면 유방암 수술로 인한 유방 절제)를 잃는 경우, 사직‧퇴직 등 중요한 인간관계나 역할의 상실, 능력이나 잠재력이 손상되는 경우에도 애도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슬픔과 애도’를 공동 집필한 작가이자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을 도와주는 단체(grief.com)를 만들어 활동 중인 데이비드 케슬러는 애도를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의미 찾기 등 6단계로 구별한다. 이러한 심리적 단계를 통해 정신적인 충격을 완충하고 받아들이며 승화한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겪고 슬픔을 마주한다. 그러나 계속 슬픔에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남은 이는 슬픔을 잘 관리하고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한다.

어르신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실을 미리 간접 경험하면서 가까운 이들의 상실을 대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상실을 극복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미국 정신과협회는 이러한 일상을 방해하는 강렬하고 지속적인 슬픔을 ‘지속적 애도장애’에 포함시켰다.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병적인 상태로 전문가와의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성인의 경우 1년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6개월 이상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하거나, 친구와의 교류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슬픔에 빠져 있다면 지속적 애도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상실과 슬픔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경험은 개인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며, 자신의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그것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익히는 일이다. 최근에는 자녀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배우자가 있는 60~70대의 경우 보통 배우자와 함께 사이좋게 다니는 경우가 많다. 외래에도 부부가 같이 다니다가 혼자 다니게 되거나, 근황을 전하면서 배우자가 먼저 떠났다는 이야기를 애써 씩씩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실과 슬픔을 각자 알맞은 방법으로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슬픔을 관리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공통적인 방법으론 전문 상담과 지지 그룹 참여, 일기 쓰기, 예술적 활동 등이 있다. 또한 명상이나 운동과 같은 신체적 활동도 감정을 다스리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슬픔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이며, 혼자서 극복이 어렵다고 생각될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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