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깨져 피로감·무기력 느껴
음식준비·장거리 운전으로 관절 통증
몸살과 비슷한 신우신염도 주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긴 명절 연휴를 보냈음에도 많은 이들이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도 이상현상이 찾아올 수 있다. 장시간 운전‧명절 음식 준비, 손주 돌보기 등으로 관절 통증이 악화할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해진 탓에 몸살과 비슷한 증상의 신우신염이 찾아올 수도 있어 연휴 이후 신체 변화를 유의 깊게 살펴야 한다.
연휴 이후 피로감‧무기력감을 느끼는 ‘연휴증후군’은 연휴 동안의 과식과 늦잠,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생체 리듬이 깨진 탓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연휴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잠을 많이 자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통해 생체 리듬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몸을 단계적으로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급적이면 야식을 피하고 자는 시간을 평상시처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전에 일정 시간 햇볕을 쬐거나,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통해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생체 리듬 교란이 지속된다면 불면증과 만성피로증후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로와 무기력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다른 질환의 징후일 수 있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문제로 여겨졌던 ‘명절증후군’도 세대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노년층의 경우 오랜만에 만날 자식‧손주 생각에 집안 정리와 음식 장만으로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거나, 과도한 가사노동 탓에 무릎‧관절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60대 이상은 관절 건강에 취약한 연령대로, 노화에 따른 연골판 손상이나 관절염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초기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대표 증상은 무릎의 시린 느낌이다. 날씨가 추워질 때, 앉았다 일어설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이유 없이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통증이 있다면 무릎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관절을 따뜻하게 하고 목욕이나 찜질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과 부종이 줄어든다. 이러한 요법으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주부의 경우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명절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쪼그려 앉는 자세로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발이 저리거나,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가중되면서 어깨‧무릎의 관절통이 악화할 수 있다.
고향을 오가는 장시간의 운전도 어깨와 허리에 부담을 준다. 목과 어깨 주위 근육은 오랜 시간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정된 자세로 있으면 수축 현상이 일어나 조금씩 굳어지고 노폐물인 젖산이 쌓이게 된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운전할 때 어깨를 쿡쿡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유건웅 원장은 “명절이 지나면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며 “장시간 운전을 할 경우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고, 집안일이나 가사일로 어깨를 많이 사용한 경우엔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수건을 이용해 따뜻하게 찜질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층은 연휴 동안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목 근육 긴장과 목 디스크에 노출되기 쉽다. 스마트폰을 들고 오랜 시간 보다 보면 고개가 점점 아래로 향하게 되고 그로 인해 ‘C’ 모양의 목뼈가 ‘1’ 모양으로 변형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엎드리거나 누워있는 자세보단, 허리를 쭉 펴고 앉은 정자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좋고, 스마트폰은 30㎝ 이상 떨어뜨린 채 눈높이에 맞춰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절 후 몸살기가 있다면 신우신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연휴 기간 동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음주가 잦아 식습관과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신우신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우신염은 대장균에 신장 등 요로계가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열과 오한, 구토, 허리 통증 등이 대표 증상이라 몸살과 착각하기 쉽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는 배뇨통이나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뇨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동병원 인공신장센터 김민지 과장은 “연휴 기간 면역 체계가 약해지고,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라며 “여성의 경우 구조적으로 요로 감염에 취약하므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우신염은 주로 요로감염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요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하루 6~8잔 정도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소변을 참을 경우 세균이 요로에 오래 남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요의가 있다면 화장실을 바로 가는 게 좋다. 면역력이 약하고 신장 기능이 저하된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는 신우신염에 보다 쉽게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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