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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비핵화가 정답이다

입력
2025.02.03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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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안호영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스러운 북핵 정책
비핵화 포기, 北 도발 가능성만 높일 뿐
트럼프 '힘을 통한 평화' 원칙에도 위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24년 7월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SA) 외교장관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24년 7월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SA) 외교장관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했다. 이것이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일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했다. 그를 비롯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그 누구도 북핵 해결 목표로 비핵화를 제시하지 않았다. 루비오 장관은 "어떤 제재도 북한이 핵 능력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했다. 우려가 확산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정부는 1기 때처럼 완전한 북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다행이기는 하나, 트럼프 1기 당시 필자의 경험으로 트럼프 팀은 현재 북핵 문제 대처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고,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루비오 장관의 청문회 기록 역시 그렇게 읽힌다. 트럼프 팀과 긴밀히 협의하여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월 22일 루비오 장관과의 통화를 통해 한미관계, 북한·북핵 문제, 한미일 협력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고 앞으로 북핵과 관련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루비오 장관은 조 장관의 방미를 초청했다. 조 장관을 비롯해서 우리 정부가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할 것으로 믿는다. 필자도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왜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비핵화 포기는 한반도에서 우발적 전쟁 위험을 높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제는 압도적 우위를 지닌 남한의 재래식 군사 능력과 미국의 확장 억제력의 통합이다.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 대가로 북한에 대한 경제 재제를 완화하게 되면 북한의 재래식 군사 능력이 크게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북한은 강화된 재래식 능력과 핵 능력을 결합하여 서해 북방한계선 등에서 도발을 감행할 유혹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루비오 장관이 청문회에서 얘기한 것처럼 대북 정책은 핵을 넘어서서 폭넓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회복 불능한 북한의 경제 능력, 이것이 야기하는 사회·정치적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과 그 좌절 등이 고려돼야 한다. 비핵화 포기는 북한으로서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선물이고,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전쟁 위험을 높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군사 협력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도 우려를 뒷받침한다.

둘째, 비핵화 포기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급락시킬 것이다. 북한 비핵화는 한·미뿐 아니라 국제 사회가 추구해 온 북핵 문제 해결의 대원칙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들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이렇게 중요한 원칙을 포기한다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제동을 걸어온 중국·러시아를 비롯하여 미국이 퇴조하는 국가라고 주장 해 온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뚜렷한 사례로 인용하게 할 것이다.

셋째, 비핵화 포기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확장 억제를 안보의 기초로 하였던 많은 미국의 동맹국에 핵 개발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하여 1968년 이래 핵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해 온 핵 비확산 조약 체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안보 정책의 기조는 "힘을 통한 평화"이다.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전쟁 위험, 미국에 대한 신뢰 실추, 핵 비확산 조약 체제의 약화, 그 어느 것도 "힘을 통한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비핵화가 답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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