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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수천억 쌓아놓은 대학들, 등록금 인상···학생들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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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수천억 쌓아놓은 대학들, 등록금 인상···학생들 반발 확산

입력
2025.01.2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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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긴급 설문 80~90%, 등록금 인상 반대
적립금만 수조 원... 법인 전입금 비율은 4%
"등록금 인상? 대학·법인 의무부터 다해야"
"정부, 고등교육 재정 지원 늘려야" 요구도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대학들이 연쇄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외대는 20일 2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5% 인상안을 의결했다. 뉴스1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대학들이 연쇄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외대는 20일 2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5% 인상안을 의결했다. 뉴스1

전국 여러 사립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의결하거나 검토하자 학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되어온 것은 맞지만, 등록금 인상 전에 학교당 최대 수천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부터 소진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규정을 깐깐하게 해석해 적립금 사용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큰 돌파구가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문 학생 80~90% "등록금 인상 반대"

21일 대학알리미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 현황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중 최소 11곳이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이다. 이미 인상을 의결한 곳도 상당하며, 서울 주요 대학 중엔 국민대, 서강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가 3.1~5.1%가량 등록금 인상을 의결했다.

대학 총학생회들은 학생 대부분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며 긴급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연세대에선 전체 응답자의 88.9%(3,362명)가, 고려대에선 응답자의 79.9%(1,105명)가 등록금 인하·동결을 요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160여 개 대학에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도 97.9%(1,825명)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

학생들 "막대한 적립금, 교육 여건 위해 써야"

그래픽= 이지원 기자

그래픽= 이지원 기자

학생들은 과도하게 축적된 적립금부터 소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립·전문대학 교비회계 적립금은 총 10조6,202억 원에 달했다. 그중 적립금 3,000억 원을 넘어선 상위 6개 대학(고려대·수원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모두 등록금 인상을 의결했거나 검토 중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사용엔 한계가 크다고 말한다. 성균관대는 "적립금은 대체로 사용 목적이 지정된 채 기부되는 금액이 많다"며 "등록금 대신 쓸 수 있는 금액은 막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적립금은 대개 퇴직금 지급을 위한 적립금이나 시설 정비에 필요한 건축 적립금 등이 많다고 한다.

사립학교법 제32조의2(적립금)는 대학 적립금은 '기금으로 예치해 관리하고, 그 적립 목적으로만 사용'(3항)하도록 하면서도, '적립금을 재난 상황에서 학생 지원 목적으로 변경해 사용'(4항)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다. 교육부도 '적립금 비율이 높은 대학은 등록금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립금의 용처, 등록금의 용처가 낱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니, 학생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법인 전입금 4% 불과... 등록금 의존율 51%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고려대는 올해 등록금을 법정 최대 상한선인 5.49%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고려대는 올해 등록금을 법정 최대 상한선인 5.49%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은 교비회계 중 법인 전입금(법인이 대학에 내려주는 금액) 비율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2022년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 법인의 전입금 비율은 평균 4.1%에 불과한 반면 같은 해 등록금 의존율은 51.4%에 달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공계 전공은 산업체와의 연구개발(R&D)로 수익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문과에 집중된 외대는 별도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며 "와중에 법인 전입금도 적어 등록금 의존율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역시 "우리 대학은 등록금이 교비회계의 57.4%를 차지하지만 법인 전입금은 0.4%밖에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대학들은 기업 법인과 달리 설립 목적이 이윤 추구가 아닌 사학법인 특성상 전입금을 높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한국외대·숙명여대는 "사학법인이 수익창출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관련법도 교육기관 책무에 부합하도록 법인을 규제하는 성격이 강해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2023년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 대학 법인의 재산 처분 제한 규정을 일부 폐지했지만 법인 재산 활용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 GDP 1% 수준까지 대학에 지원해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국총협)와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 차관은 이날 총장들에게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할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국총협)와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 차관은 이날 총장들에게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할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고등교육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1%인 반면 우리나라는 0.8%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2,243조 원이었으니, 0.2%포인트(p)면 4조 원이나 적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은 예산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2022년 유·초·중등 교육예산 중 3조6,000억 원을 고등교육에 투입했고, 올해는 국가장학금 Ⅰ 유형 예산도 5,929억 원 증액했다"며 "각 사립대학에 등록금 동결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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