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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그동안 5세 '꽃담이'(코숏)와 반려생활을 하던 집사입니다. 2개월 전 4개월령 아깽이였던 '살구'를 데려왔는데요. 요 녀석이 꽃담이랑 놀자고 자꾸 건드리고 장난을 쳐서 꽃담이가 도망가고 슬슬 피했어요. 그러다 스트레스까지 생겨서 식음을 전폐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지금은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살구가 사람을 매우 좋아해 제 곁을 안 떠나는데 이번에는 꽃담이가 하악질을 하며 공격도 하고 코너에 몰아넣고는 앉아서 지키고 있어요. 처음에는 살구도 장난인 줄 알고 받아줬었는데, 요새는 겁도 먹고 꽃담이 눈치도 봅니다.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은 살구를 본체만체 하라는데, 그게 또 쉽지는 않습니다. 둘 다 너무 사랑스러운 녀석들인데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7세 이전에는 합사하기 좋은 시기라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현재 상황과 해결책을 알고 싶습니다.
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의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이번 사연은 두 마리 고양이 사이에 분쟁이 생겨 합사가 어려워진 문제군요. 사실 눈에 띄는 문제 행동이 없더라도, 두 마리 고양이 간에 친화 행동이 전혀 없고, 서로를 피하거나 식욕이 감소하는 것도 스트레스로 볼 수 있습니다.
① 고양이들은 서로 얼마나 친한가?
② 지금의 상황에서 고양이들의 심리는?
③ 합사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안전한 공간'!
먼저 고양이 간의 친화 행동을 알아보고 얼마나 자주 보이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로 마주쳤을 때 코 인사를 하거나, 꼬리를 올리는 등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몸짓으로 보이는 것, 서로 그루밍을 해주거나 몸을 비비는 행동, 그리고 서로 붙어서 자거나 같이 노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포함됩니다. 이런 친화 행동들을 얼마나 자주 보이는 지에 따라서 두 마리의 관계가 얼마나 친한 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꽃담이와 살구 사이에 이러한 친화 행동이 전혀 없거나, 일방적으로 한마리만 시도하고 다른 한 마리는 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한다면, 둘 간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증거입니다. 반면에 하악질과 같이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소리를 내어 ‘저리 가!’라는 표현을 동거묘에게 자주 보인다면, 이는 서로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럼 현재 사연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일단 5세인 꽃담이가 이전까지 다른 고양이와 같이 살거나 좋게 지냈던 경험이 부재하거나 부족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런 경우 갑자기 집에 들어온 4개월 아갱이는 가정의 평화를 깨기에 충분했을 수 있습니다. 아깽이는 사연에 나온 것처럼 꽃담이와 놀고자 자꾸 건드렸다면, 꽃담이 입장에서는 자기 공간을 침해받고 갑자기 자원을 공유해야 되는 문제뿐 아니라,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하여, 도망을 가거나 숨어서 식욕까지 저하되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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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다행히 꽃담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집에서 같이 지내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꽃담이는 살구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하악질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 같은데요. 꽃담이가 언제 살구에게 하악질을 하거나 쫓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이전처럼 살구가 여전히 꽃담이에게 놀자고 달려들거나 괴롭힐 때 하악질 하는 경우라면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살구의 놀이 욕구를 해소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없고, 살구가 사람 곁에 있을 때만 나타나는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꽃담이가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있어서 자원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꽃담이가 평소에 보호자가 주변에 없을 때에는 살구가 다가와도 하악질이나 기타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보호자가 곁에 있을 때 살구가 다가오면 하악질을 하는 양상을 띄게 됩니다. 이때는 보호자를 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인식하여 살구에게 자원을 뺏기지 않기 위한 행동일 수 있기에 살구가 다가오면 오히려 타이밍에 맞춰서 칭찬과 간식과 같은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자원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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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보호자가 주변에 없어도 살구가 다가오면 적극적으로 피하거나 하악질 하는 등의 방어적 공격성의 모습을 종종 보인다면 의심하셨던 것처럼 합사가 잘 안된 상태이며, 이 때는 다른 합사 문제처럼 차근차근 다방면에서 꽃담이의 불안 요소를 낮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하악질과 쫓기와 같이 적극적인 공격성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자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시간대나 부재시에는 적어도 분리 생활이 필요합니다. 여러 노력을 하더라도 보호자가 못 본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면 공든 탑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각자 격리된 공간에는 충분한 자원이 있어야 하며, 고양이 마릿수 보다 많을수록 해당 자원에 대한 트러블이 줄게 됩니다. 또한 자원에 대한 위치도 잘 고려하여 막다른 골목이 없도록 배치하는 것이 더 좋으며,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등의 필수 자원은 반드시 각자 공간에 하나 이상 있는 것이 좋습니다.
각자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즉, 베이스 캠프가 마련되었다면, 그 공간에는 고양이 페로몬을 추가로 설치하여 냄새로써 스트레스와 관계를 개선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격리 공간에는 만남의 장소를 설정하여 해당 공간에서부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서로 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방묘문만 설치한 채로 상호작용을 시도할 수 있지만, 만약 서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고양이가 스트레스 행동을 보인다면 초기에는 문을 아예 닫아서 시야를 가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남의 장소에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긍정적인 상호작용만 이뤄질 수 있도록 보호자께서 식사, 간식, 놀이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둘 간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 등에 따라서 친해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빨리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매 식사와 보호자가 시간이 날 때마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만남에 장소에서 진행하면서, 보호자가 관리감독할 수 없을 때는 격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모두 한 공간에 있을 때는 공격성이 상승되지 않도록 적어도 한 마리의 시선을 장난감이나 간식 혹은 보호자의 목소리와 같은 신호 등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공격을 하는 아이에게 하네스 적응 훈련을 하여 보호자가 지켜보더라도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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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서로에 대한 시선, 거리 등의 요소가 신경 쓰이지 않고서도 먹고, 놀고 하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너무 더디거나, 두 아이들 중에 1마리 이상에서 불안증상이 심하다고 느끼는 경우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 하에 항불안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단독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환경관리와 긍정적인 교육 과정이 병행되는 조건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번 사연을 통해 고양이 간의 합사 문제를 다루게 되었는데요. 사실 비슷한 증상이더라도, 보호자의 집 환경이나, 고양이의 히스토리, 그리고 나이나 크기의 차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고양이 간의 반응도 다를 수밖에 없고, 치료계획을 세울 때도 고려하고 반응에 따라서 중간에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답니다. 이번에 다룬 내용을 통해 부디 꽃담이와 살구가 이전보다 평화롭게 보호자님과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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